과녁판: 우리는 늘 정중앙을 이상적인 목표 지점으로 본다.

 

축구에서는 공격수가 골을 넣어 득점하는 경기이다. 반면 골키퍼의 입장에서는 골을 막아서 실점을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야구에서는 타자가 홈런을 돌아 득점하나, 투수가 볼 때에는 상대 팀의 안타를 막아 실점을 줄여야 한다. 이렇듯 여러 대결에서 다득점의 이면에는 '실점 줄이기'의 관점이 숨어있다. 어떻게 보나 승부는 똑같이 갈리지만, 무엇을 중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선수나 관전자의 심리는 달라진다.

양궁은 어떤가? 과녁은 중심에서부터 시작하여 10점, 9점, 8점, …으로 점수가 정해져 있다. 주어진 화살이 모두 날아간 뒤, 득점이 많은 자가 승리한다. 이제 이 과녁을 중심에서부터 시작하여 0점, -1점, -2점, …으로 고쳐보자. 이 경우 승패에는 영향이 없으니 특별한 의미가 있어보이지는 않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양궁을 구경할 때, 실점을 중심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먼저 '(화살의 수)×10', 즉 최고점을 '이상적인 스코어'로 정한다. 그리고 9점이나 8점 발이 나오면 이상치에서 1점, 2점씩 떨어지는 셈이다. 점수판은 득점을 직접 보여주지만 우리들 눈에서는 누가 덜 깎이는가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0점 발로 승리한 것보다는 7점 이하의 화살 하나로 패한 것이 더 인상에 남으니까.

오델로 이야기로 가보자. 앞장에서 설명했듯이 공격에는 상대측의 방어 착오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까 언급한 야구에서는 타자가 홈런 치기에 앞서 투수의 방어 착오가 반드시 있다. 프로야구보다는 WBC에서 스코어가 대체로 낮게 나오는데, 이는 경기력이 높을 수록 실점을 철저히 내주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런 유형의 경기는 주로 수비력이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즉 최선의 방어가 최고의 공격이 된다. 그리고 실제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상대의 방어 착오를 기회로 잡아냄을 뜻한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오델로에서는 1차 요인인 '수비'를 좀 더 우선으로 삼는다. 실제로 자신이 진 경기를 복기해보면 주로 상대의 공격보다는 자신의 나쁜 수에서 원인이 많이 나오고, 또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기억과 충격이 오래 간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을 고쳐달라는 신호임을 뜻한다. 따라서 오델로에서 주로 살펴볼 것은 바로 자신의 실수와 그걸 바로잡는 요령이다. 공든 탑은 두 번 다시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실력을 향상시키는 올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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