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글 시작에 앞서 **
오델로 오프라인 대회를 처음 나간 것은 제 4회 명인전으로, 2018년 7월 7일에 데뷔를 한 바 있다. 오델로 오픈채팅방을 통해 공지를 전달 받은 나는 방장님의 동기 부여에 끌려 무언가 도전을 해보고 싶어졌고, 저 날 자스민 기원에서 처음으로 오델로 동호회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2승 1무 4패, 10명 중 8위를 기록하며 14급에 오르고 좀 더 오델로에 몰입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기보 작성은 의무가 아니기에 처음 대회 때는 그저 판에만 집중을 하니, 스코어 시트에 실시간으로 기보를 적는 요령을 몰랐다. 더욱이 수순을 기억할 자신도 없었고 당시에는 시맥스(droid Shimax)가 폰에 없었기에 기록을 미처 하지 못했다.
대신 두 번째로 나간 인천 대회부터는 각 라운드마다 기보 작성 및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따라서 후기 글은 이 대회부터 시작된다…
※ 후기 글에 들어가는 그림은 오델로 프로그램인 「Ntest」를 이용하여 그림
대회명: 제2회 '(주)신영건설기계'배 오델로 인천그랜드오픈대회
일시: 2018년 9월 1일 토요일
진행 시간: 8:30 ~ 18:00
장소: 인천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호텔
참가자 수: 25명=한국 15, 일본 8, 홍콩 1, 스페인 1
라운드 수: 예선 스위스방식 7라운드+결승&3·4위전
플레이어 제한시간: 20분
Live Othello: (본선) www.liveothello.com/livegames.php?TournamentID=410
해가 밝아오는 9월 첫 날 아침 6시, 나는 아침밥을 먹고 9호선 및 공항철도를 경유하며 대회장으로 향했다.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 열차를 기다리던 중 나는 소재영님을 처음 직접 만나게 되었다. 인사 및 덕담을 나누고 열차 안에서 "The Othello"라는 앱으로 연습 게임을 두고 나니, 8시가 되었다.
인천공항1터미널역에서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내려서 걸어가는데, 처음 가보는 길이라 정확히 어디인지 조금 방황했지만 이내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막상 도착을 해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와 았었고, 지난 7월에 만나보지 못한 멤버들과 외국인 참가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주최자 역할이신 이춘애님(당시 초단)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무단자가 일반부 대회에서 프로1단으로 입단할 조건은 "무단자 중 최상위"였다. 지난 명인전 때는 무단자 3명 중 2위를 차지하며 14급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나 포함해서 2명으로 문턱이 그나마 낮은 편이었다.
이 대회에서 내가 주력으로 준비한 오프닝은 Leader's Tiger였다. 오프 대회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4 변칙 오프닝을 판다는 건 사실 좀 특이한 시도인데, 결과는 어땠을까?
◎ 1라운드 ◎
●대국 상대: URANO Kento (浦野 健人)○
9시 반 경기 시작. 1라운드, 흑을 잡고 일본 선수인 우라노 六段과 만났다. 처음부터 센 상대를 만나자니 앞이 좀 막막했지만 어쨌거나 밑져야 본전이니 과감하게 대국에 뛰어들었다.
오프닝은 그래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싶었다. 누구나 그렇듯 막연한 기대는 품고 있었다. 제22수가 올 때까지는…
먼저 내가 흑을 잡고 Leader's Tiger로 간 다음 상대가 차선(F6)으로 받아서 쪽지 모양으로 진행하였다.
그 다음 서로 최선 진행으로 계속 주고 받았는데, 사실 여기까지는 이미 8월에 연습해본 적이 있다. 그래서 별 다른 무리 없이 바로 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22수까지 갔을 때, 다음 수순이 기억 나지 않았다.
"분명 백이 B6을 두면 다음 수는 그 옆자리인데. 어디지? B5인가 아님 C6인가…?"
일단 이어지는 정석은 ●C6E1C1●이다. 그리고 대국 중에도 E1, C1은 알아도 C6은 까먹은 상태에서, 나는 B5를 찍었다.
여기를 시도한 이유는 이렇다.
(1) 내가 B5를 두면 상대는 C6에다 두기 곤란해진다.
(2) 내가 C6을 두면 나중에 내가 숨을 수 있는 G6을 두기 힘들어진다.
이 생각 자체는 아주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 23수에서 C6은 최선, B5는 차선수이다. 또 상대가 24수로 E1을 두면서 이제 흐름을 다시 잡나 싶었다.
그러나 다음 차례에 흑 25수를 C1에다 두면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상대에게 C6 자리를 냅다 넘겨준 것이다. 오프닝이 기억 나지 않으면 오프닝은 잊고 중반 수읽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왜 나는 여기서 ●C6E1C1●에 집착해서 ●B5E1C1●이라는 자충수를 둔 것일까? 차라리 25수를 F1에다 두었으면 상대가 D2를 두더라도 그 다음에 G2로 숨으면 되지 않았던가? 이때부터 머릿속이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27수를 G6에다 둬서 상대의 다음 수를 기다렸다. 어차피 백은 28수를 B1에다 둬봤자 불안정 변이 되니 D2를 둘 수밖에 없고, 나는 29수를 F1에다 둠으로써 상변을 흑 안정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상대는 이어 A4로 꽂아두었다.
그러면 31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단 흑A5에다 두는 건 헛발질이다. [B5~F1] 라인이 전부 흑돌이기에, 백이 A6에다 붙이면 흑은 좌상귀에 못 들어온다. A6은 금수이니 C7, D7, E7, F7 중에서 골라야 한다. 그런데 당시 나로서는 어떻게 알았겠는가? 내가 찍은 D7이 가장 나쁜 자리였다는 것을.
참고로 흑 C7이 그나마 덜 나쁜 수인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백이 하변부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D7, D8 두 군데 뿐이기 때문이다. (흑 C7 - 백 C8은 불가) 반면 흑 D7은 백에게 C7, D8, E7, E8 네 군데를 넘겨주게 된다. 특히 백이 C7을 고르고 나면 흑이 어디를 두든 백은 D8을 무난하게 취할 수 있다. 즉 흑은 상대에게 두 템포를 그냥 던져주는 꼴이 된다.
결국 흑 31수 D7 다음에 백은 C7로 붙였고, 나는 33수를 E7 대신 돌 하나 뒤집는 F7을 찍었다. 한 칸 벌리고 나는 그저 '백 34수는 D8, E8, E7 중에서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백 34수는 B3을 들어온 것이다. 좌상부는 흑이 못 들어오기에 경합 영역인 하변부를 건드릴 줄 알았는데, 위쪽에서 들어오다니. 또다시 혼란이 와버렸다. 저 상태에서 백은 나중에 B4에 접근하려 할 것이다. 어떻게 견제를 시도할 수 없을까?
결국 흑 35수를 A5로 붙여보았다. 백은 36수로 A6에다 받았는데, 이 경우 아까와는 달리 D3 자리가 백으로 바뀌었기에 백 36수 A6은 흑돌이었던 B5와 C4 자리가 백으로 뒤집힌다. 결국 그림1-6과 같이 37수를 둘 차례가 됐는데, 일단은 흑이 B4에 두면 백은 A3으로 좌변을 마감하기 쉬워질 테니 일단은 흑 E7로 백 B4를 막아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자 백은 D8로 세로 가닥 침투를 하였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B4를 두면 상대는 A3이라는 좋은 수가 생기니까 내가 흑 39수로 A3을 먼저 두기로 했다. 백은 A2로 좌변을 마감해봤자 흑이 B4를 채울 것이 뻔하니까 백이 먼저 B4를 두는 게 유력해졌다.
참고로 여기서 흑은 B8로 다시 백 B4를 방어할 수도 있지만 C스퀘어에 두는 것 자체가 마음에 걸려서 A3을 골랐다.
그렇게 앞서 예상했던 대로 상대는 B4로 받았다. 그러면 이제 나는 A7로 좌변을 먹을까 생각은 하였는데, 그보다 일단 B2로 찔러 들어가기를 시도했다. 그러면 백 E8 자리를 방어할 수 있으니까. 또 이때 음대각선[B2~F6]을 자르는 수로 백 G1이나 F8이 있는데, 백 G1은 흑 H1, 백 F8은 흑 G7을 염두에 두었다.
아니나다를까, 이런 예상을 깨고 상대 역시 X 스퀘어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흑 C8을 두어 H1 자리를 노려야 하지 않겠는가? 마침 7열이 G2 빼고 다 흑돌이니까 흑은 H1에 두고 백 G1 끼워넣기를 방해할 수 있었건만. 정작 그때는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흑C8-백E8로 두면 양대각선[C6~G2]은 다시 백으로 잠길 텐데" 라고 생각한 나머지.
제 43수로 흑을 A7에다 찍으니 상대는 E8로 받았다.
아니 잠깐! 그러면 이 때라도 C8에 두어 H1 먹기를 시도하면 되지 않았던가? 비록 수치는 이미 한참 마이너스지만 최소한 돌 관리를 하려면 저런 수는 둬야 했던 것을! 여기서 하변 부분에 계속 집착하니 F8이라는 자충수를 또 두게 된다.
결국 내가 H1을 차지하기도 전에 상대가 A1에 들어오면서, 상변마저 사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돌을 대량 내주었다. 특히 52수~55수 백 4연타를 맞을 때는 정말이지 뼈아픈 대참사였다.
H2 자리는 빈 채 흑돌은 10개가 남으면서 이 판은 10:54 패배로 끝났다.
1라운드가 끝난 직후에는 2라운드를 기다리면서 오프닝 미스를 확인해보았다. 10분쯤 지나서 2라운드 페어링을 확인하고, 테이블로 돌아가 앉았다.
◎ 2라운드 ◎
○대국 상대: 김동수 초단●
10시 20분 2라운드 시작. 이번에는 백을 잡았다.
백을 수직으로 출발하니 토끼족 오프닝으로 전개되었다. 이 경우 Rabbit → Rose와 같이 가는 것이 정석이나, 나는 제 6수에서 정석과 다른 수를 골라 그림2-1과 같이 버섯 모양을 만들었다.
이어서 백을 네모낳게 뭉치는 수순으로 진행하여 상대의 대응을 기다렸다. 참고로 저 오프닝은 사전에 준비해둔 것인데, 그림2-1에서 ●G4C3B4D2E2F3○으로 진행을 해도 (좌우가 뒤집힌) 마찬가지 모양이 나온다.
상대측은 D7로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돌을 한 개 뒤집는 수인 백 G3을 골랐고, 이어지는 수는 흑 G5로 붙이기였다. 이렇게 되면 E3 자리가 흑돌이 되어 백은 F2라는 개방도 1짜리 수를 둘 수 있었다.
흑 21수는 E1에 착지하는 것이었다. 22수에서 백 F1을 두는 건 [C4~F1] 가닥 때문에 마음이 걸렸기에 나는 C7에다 두었다. F1 자리는 흑 23수로 돌아갔고, 이번에는 하변부에 집중할 차례가 되었다.
이때 나는 F7을 골랐다. 이렇게 하면 상대가 E7에 두기 곤란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A4도 후보에 올려보기는 하였으나, 이건 B4 자리의 흑돌이 백으로 뒤집어지는 것이 E7과 맥락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 F7 뒤에 흑 B3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나는 그냥 E7이라는 틈을 그냥 먹으면 됐을 텐데, C2를 고르는 착오를 일으켰다. 3열이 모두 백돌이니까 흑은 C1에다 두기 곤란하겠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백 자유공간인 좌상부를 쓸데없이 건드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백 C2 다음에는 흑 D1로 돌아와서 다시 백이 아래쪽을 건드리는 템포가 됐는데, 이제서야 28수 E7을 둘거니와 26수 째에 먼저 두는 것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흑29수는 B5로 붙여서 대응했다. 여기서는 고민할 것 없이 개방도 1인 B6을 두어 턴을 넘겼다.
상대는 C8로 하변에 착지했고, 나는 B6 자리의 백돌이 홀로 남겨져 있는게 좀 신경 쓰였다. 흑에게 돌 하나 뒤집는 수를 제공하게 되니까. 그래서 좌변 중 백 A4에 들어왔고, 흑은 A3으로 붙였다.
그러면 백은 좌변을 또 채워야 하는데, 판단이 잠시 삐끗했다. 백을 A6에다 두면, 흑이 A5를 둬도 백은 A2와 A7로 좌변을 마감할 수 있고, 흑이 딴 곳을 둬도 백은 A5로 또 채우면 템포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34수를 A5로 골라도 크게 나빠지지는 않는다.
이유는 흑이 A6에다 두면 백은 D8로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이렇게 진행되었고, 흑 37수는 G6에 들어오자 나는 H6으로 울타리를 쳤다. 그러면 흑은 H3이나 H4로 받게 될까?
돌아온 수는 H4였다. 그림2-8에서 만약 5행 중 적어도 하나가 백돌이었다면 백 H5로 들어올 수는 있을 테지만 이 시점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B1로 템포를 넘기기로 하였다.
사실 여기서 최선 수는 B8이라 나와 있는데, 흑이 F8에 두면 백은 B7을 찔러서 가는 것이 정석이다. 좌하부, 우하부와 H5자리 포함해서 11칸으로 홀수니까 이 자리를 채우기는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일단 B8은 백 하변이 불안정 변이 된다는 거에 마음이 걸렸고 하변을 아예 던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백 B1 다음에 흑 C1로 들어오자 나는 일단 G1로 상변을 마감했고, 이어서 상대는 하변에 들어와서 45수 흑 G8로 마감했다.
이제 비어 있는 우변에 눈길이 갔는데, 변이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이 A7로 희생타를 던지는 건 수순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변 중에서 자리를 고르려고 했다. H2는 E5 자리의 흑돌을 백으로 뒤집는 수이기에 흑이 G7로 음대각선을 잠글 수가 있다. H3은 흑이 H5로 받으면 백이 X나 C스퀘어를 건드릴 차례가 된다. 이 판단에 따라 백 46수를 H5로 정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흑의 대응은 H7이었다. 그렇다면 양대각선은 이제 두 마디가 되니 B7로 백이 먼저 잠그면 되지 않을까? 하며 착수했는데…
이건 알고보니 판단착오였다. 물론 B7도 이기는 수이지만, 그보다 좋은 수는 백 H3, 흑 H2로 턴을 교환한 다음 B7을 찌르는 게 좀 더 좋은 수순이다.
(1) 백 B7 다음 흑은 H3으로 붙여 들어간다. 그러면 백은 좌하부가 막히므로 G2로 양대각선 상에서 버티기를 해야 하는데, 흑은 B8로 좌하부를 희생하고 결과적으로 H1과 상변을 가져가게 된다.
(2) 백 H3, 흑 H2를 진행한 다음 다음 B7에다 두면 흑은 G2 아니면 좌하부를 둘 수밖에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백이 굳이 G2로 버티지 않고도 A8을 차지할 수 있으며 상변을 빼앗길 염려도 없어진다.
그렇게 앞서 말한 (1) 시나리오대로 엔딩이 진행되었고, 39:25로 이기게 되었다.
폰을 들어 시맥스로 간단히 복기를 하면서 3라운드 페어링을 기다렸다. 대회장 뒤쪽에 마련된 오렌지 주스 한 잔 마시며 대기하였는데, 보아하니 다음 상대는 나에게 아주 특별하신 분이다.
2부 읽기: no-kung.tistory.com/27
3부 읽기: no-kung.tistory.com/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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