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읽기: no-kung.tistory.com/26
3부 읽기: no-kung.tistory.com/28
◎ 3라운드 ◎
●대국 상대: 소재영 4단○
3라운드에서는 다시 내가 흑을 잡았고, 대진 상대는 오델로 오픈채팅방의 방장이신 소재영님(4단)이 되었다. 워낙에 오델로 퀘스트에서 연습 게임을 많이 둬봤기에, 이번 판에서는 대각 오프닝으로 나올 거라는 예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보트 오프닝으로 진행이 되었고, 14수가 지나서부터는 수 읽기에 들어갔다. 보통 저 수순에서는 흑은 A5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 그래야 다음 턴에 A6이라는 자리를 확보하면서 변에 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 때에는 수를 찾으면서 음푹 패인 F4 자리에 눈이 갔다. "저 자리를 침투해 들어가려면 먼저 E5는 백돌로 유지하면서 D6은 흑으로 뒤집는게 좋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고, 그렇게 넌지시 D7 자리를 골랐다.
하지만 이건 판단 미스였다. 백은 E7로 D6 자리를 다시 백으로 뒤집을 수 있기에 흑은 F4에 못 들어온다. 순간 흠칫한 나는 다시 D6을 흑으로 뒤집을 자리가 어디 없나 하면서 둘러봤는데, 그렇다고 G6은 너무 많이 뒤집는 수라 마음이 걸렸다. 물론 G4나 G6은 그래도 좋은 수가 될 수 있는 게, E6의 백을 흑돌로 바꿔서 나중에 올 B3 자리를 방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그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나는 마음을 바꿔 개방도 1인 B6에다 두고 턴을 기다렸다.
백 18수는 역시 B3이었고, 이때부터 나는 눈 앞이 깜깜해져 갔다. 흑 19수로 E8을 찍으니 판은 점차 기울어갔고, 백은 또 F7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저 상황에서 일단 C7로 숨어가는 것이 맞지 않던가? 좀 어이없는 판단을 한 것이, "흑 C7 다음에 백이 F8로 들어올 텐데 어쩌지" 하고 다른 자리(H5)를 찍은 게 패착이었다. 백은 우변부에 들어오기 쉬워지니까.
사실 흑 19수 E8도 판단 미스이지만 최선을 가려내기 어려운 모양이라 난이도가 낮은 21수에 신경이 갈 수밖에 없다…
흑 H5 다음에 백 G4로 턴이 돌아왔는데, 그때 또 마음이 바뀌어서 부랴부랴 C7에 두었다. (이런 수는 진작에 뒀어야 한다) 그리고 초반에 눈독을 들이던 F4를 결국 백이 차지하면서, 결국 다른 자리를 골라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4행이 모두 백돌이 된다. 따라서 흑이 A4에 들어가면 템포 상 그나마 좀 버텨볼만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또 엉뚱한 생각이 지나가고 마는데, 오른쪽 영역에 흑돌이 좀 드러나 있어서 우변부에 둬보겠다고 해서 H3을 찍었다.
물론 이렇게 하면 백은 또 G6이라는 좋은 자리가 생겨나니 나쁜 수이다. 그리고 또 하나…
상대 측은 C8 자리를 골랐다. 아까 둔 H3으로 말미암아 가닥 수가 하나로 줄어서 이곳 역시 좋은수가 되었다. 아뿔싸! 결국 숨을 자리는 D8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백도 F8로 붙여서 하변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면 내가 이어서 고른 자리는? 또다시 촌극을 불러 일으켰다. 이럴 수가. 지금 보면 G6이 바로 눈에 들어오는데, 그때는 왜 이걸 파악하지 못했던 걸까? 자신이 두기 좋은 자리는 잘 찾아도, 상대의 좋은 자리는 내가 먼저 먹는다, 즉 "선수"의 기본 원칙도 모르고서야 되겠는가!
흑 29수로 고른 곳은 A3이었는데, 단지 [B4~F8] 라인이 백돌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돌 하나 뒤집는 수 아무거나 찍은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똑같은 자충수를 범했다. 하변에 백돌이 하나 더해질 때(B8), 이번에도 G6을 둘 기회는 있었지만 또 간파를 하지 못했다. 저때 좌변부에서 어떻게 버티려고 시도는 해봤는데, 차라리 간단히 A6에 들어오면 되는 것을 A5를 찍고 만다.
왜 그랬을까… 사실 A5를 둔 생각은 "백 A4 다음은 흑 A6, 백 A6 다음은 흑 A4"로 대응을 하면 될 거라는 허황된 믿음(?)에 불과했다.
그리고 저런 셈법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39수째에 와서야 겨우 깨달았다. 일단 백 32수는 G6에 들어옴으로써 숨통이 더욱 막히게 되었고, 흑으로 H6에 두고 난 뒤 34~37수에서는 상변부에 접근하였다. 그러고 나서 37수 째에 E6을 두고 나니 백 38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A6으로 숨게 된다.
아까 '백이 A6에 들어올 경우 흑은 A4로 채우기'라는 논리는 C4나 D3 중 적어도 하나는 백돌일 때 성립한다. 하지만 이제 [B5~E2] 라인이 흑으로 채워지니 백 A6의 대각선 가닥이 지워져서 호수가 되었다.
대체 이런 황당한 수읽기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저 때 중반에서 시간을 좀 끌면서 진행했는데,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자리를 고르기에 요령이 잡혀있지 않으니 판이 상대쪽으로 계속 기울었다.
이렇게 답이 잘 보이지 않게 되어서, E1 자리에다 두고 상대의 대응을 기다렸다.
39수부터 44수까지는 상변부를 채워나가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상변은 흑으로 붙어갔지만, 흑 G1 직후 백 F2로 숨어들어가서 이제 게임 오버가 확정되었다. X 스퀘어 중 G7을 찍어보고…
이어서 좌변이 채워지고, 코너인 H1과 A8, 그리고 그와 인접한 변을 내주어 12:52 패배로 끝났다.
1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대량 실점을 반복하고 나니 맥이 좀 빠지는 듯했다. 그래도 뭐 어떤가! 점심시간 호텔 1층으로 내려와서 샤브샤브 아주 푸짐하게 먹으면 그걸로 됐다.
4라운드는 남아있는 기록을찾지는 못했다. 오프닝은 Tiger(Many Blacks)에서 흑이 다른 수를 두는 방향이었고, 스코어는 40:24 승으로 끝나기는 했다.
(초반 수순: ●E6F4C3C4D3D6E3C2B4C5○…)
◎ 5라운드 ◎
●대국 상대: 문성철 초단○
5라운드에서는 흑을 잡고 쿨러님과 대국을 하였다. 이 라운드에서 사용할 판은 삼각 롤 방식으로, 판 위의 동그란 자국 중 한쪽 변을 돌려서 흑백 표시를 하는 것이다. 나의 시선 기준으로 오른쪽 변을 눌러 시계방향으로 돌릴 때에는 '빈 칸->백->흑->빈 칸'과 같이 바뀌었다. 즉 내가 흑을 잡았으므로 빈칸에 착수하여 흑을 표시할 때에는 왼쪽 변을 누르고, 백돌을 흑으로 바꿀 때에는 오른쪽 변을 누르면 되었다. (이 패턴은 반대쪽인 쿨러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대국을 진행하면서 감이 어느 정도 잡혔다.
"빈 칸에 흑을 둘 때에는 왼손 중지로, 백을 흑으로 바꿀 때에는 검지로 누르자."
"딸깍딸깍…"
이번에도 백은 수직 오프닝으로 출발해서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Leader's Tiger로 전개해 나갔고, 11수 쪽지 모양까지는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백 12수를 E2 대신 F2로 나갔고, 나는 흑 13수를 G3으로 받았다.
이후 14수 ~ 19수 구간에서도 최선 진행으로 받았다. 백이 F2 옆의 E2에다 붙이고 흑은 G3에서 한 칸 벌려 G5에 둔다. 그리고 G4-G6 순으로 G열을 채우고, 다시 개방도 1인 수 C6, D2로 둔다.
사실 19수까지 둔 시점에서 백 최선은 H3 또는 H6인데 백은 B6으로 나왔다. 그래서 마침 B5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서 넌지시 B5에다 두었다. 그리고 백 22수로 C1에 두고 나니 나는 좌변부를 건드릴 여건이 안되어서 H4를 찍었다.
여기서 잠깐, 흑이든 백이든 최선 수는 모두 H3이었다. 즉 선공이 유리한 자리였다는 뜻이다. 일단 돌 하나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후보수에 올릴 만하지만 제21수에서는 오로지 "오목한 자리"를 찾는데만 신경쓰여서 B5에다 찍긴 했다.
그렇다면 그림 5-3에서 제23수에서도 흑 H3이 최선인 이유는 무엇인가? 백은 H5에 숨어들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길을 따라가본 결과 시나리오는 이렇게 나타났다.
▷ 흑 H3 - 백 H5로 가면 흑은 H4로 붙인다.
→ 백이 H2로 변을 먹으면 [E5~G3] 가닥을 따라 E5 자리의 흑돌이 백으로 뒤집어져서, 흑은 E1 자리에 들어가기 용이해진다.
→ 백이 H6으로 끼면 흑은 H7로 우변을 마감한다. 그러면 템포를 넘겨받은 백은 좌변부밖에 건드리지 못하게 된다. 또 백은 G2에 들어가기 곤란해진다.
▷ 흑 H3 - 백 H4로 대응하면 흑은 H5로 먹는다.
→ 백이 H7로 한 칸 벌리면 F4와 F5, G3의 흑돌은 백으로 바뀐다. 따라서 흑은 F1및 H2라는 좋은 수를 확보한다.
→ 백이 H6으로 붙이면 흑은 H7로 또 먹는다. 그리고 역시 여유수 H2가 생기게 된다.
이렇듯 템포를 넘겨주는 수들을 여러 차례 검토를 했다면 최선수를 바로 골랐을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약간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되겠다.
흑이 H4로 들어가고 백의 대응은 A4였다. 그림5-4에서 나는 A5 자리를 주목하였다. 내가 A5로 들어가서 상대 측이 A6으로 받으면, B5, C4, D3의 흑돌은 백이 되어서 좌상부에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흑 25수를 A5로 골랐더니, 상대 측에서도 A6 자리가 요란한 수임을 의식했는지 H3으로 대응하게 된다. 그런데 아까 전에는 H3은 백에게도 좋은 자리였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조금 전에는 백이 H3으로 들어갈 경우 흑이 좌변부에 둘 방법이 없었지만 그림 5-5에서는 A3이라는 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 27수는 바로 A3임을 파악하였다.
백의 다음 수는 H5로 우변에 붙이는 수였다. 나는 백 우변 마감 시 불안정 변이 되게 유도하고자 H6으로 붙였고, 백 H7 대응 후에는 상변부를 살펴보았다.
일단 D1은 아까 둔 A5와는 달리 올가미 구조물이 성립하지 않는다. 반면 E1의 경우 [B5~E2] 라인이 모두 흑돌이 되므로 백은 A6이나 F1에 들어오지 못한다. 따라서 좌상부를 압박할 목적으로 E1에다 두고 대응을 기다렸다.
백은 B4에 들어오니 이게 나에게는 B3과 A6이라는 선택지가 생겼다. 백이 F1에 들어와도 나중에 C2에 또 들어올 수 있으니 이 시점에서 F1은 제끼기로 했다. A6은 나중에 둘 수도 있으니 B3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백 F1은 예상하긴 했지만 순간 멈칫했다. A6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내 판을 읽고 최선수 G1에다 바로 두었다. C2의 경우 백이 D1로 상변을 마감하면 D3 자리는 백에서 흑으로 뒤집어졌다가 다시 백으로 바뀌어서, A6에 또 못 들어온다. 그래서 상변 모양이 좀 불안정해도 G1에 과감히 지른 것이다.
이제 D1, B1, C2로 상변부를 채워나가고 아껴둔 A6에 두고 나니 백은 B2로 들어왔다. 나는 바깥쪽에서 A8을 먹겠다는 생각으로 A7로 빠져나왔다.
좌하부에서 A8을 먹고 난 뒤 상대측은 D7로 턴을 넘겼다. 이때 아래쪽에서 백의 남은 선택지는 B8 한 군데. 나는 이 부분을 남겨두고 일단 좌상부와 우상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어지는 수는 ●A1A2G2B8○이었는데…
여기서 잠깐. 아까 한 가지 판단 착오를 일으켰다. 그림5-10에서 최선수가 E8인 건 그렇다 쳐도, 사실 그림 5-9에서 바로 A1 먹고 들어가는 것이 훨씬 좋았다. 수치 상으로는 별 차이 안 나지만 난이도 면에서는 이쪽이 더 쉬웠다.
이 수순을 되짚어보자: ●A1A2G2● 순으로 나아갈 때, 그림 5-10에서는 백이 B8에다 둘 수 있다. 그런데 그림5-9에서 바로 이렇게 진행한다면, 백은 H1, H2, A7 말고 둘 곳이 없어진다! 즉 ○H1H2●(또는 ○H2H1●) 및 ○A7A8●로 각각 두면 흑은 상변, 좌변, 우변을 모두 고 들어가서 돌을 더 확보하게 된다.
물론 흑은 여전히 엔딩이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위쪽 구석 영역을 채우는 타이밍을 잡기는 검토해볼 필요는 있었다. 이후 하변부를 채워나가면서 판을 마무리하면서 43:21로 승리하였다.
이 시점까지 전적은 3승 2패. 앞으로 두 게임 남기고 어느정도 의기양양한 느낌이 있었다. 이 순간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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