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델로(オセロ)는 '이중성'을 뜻하는 오셀로(othello)에서 유래하였다.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소설로 유명하다.

 

오델로 판에서 턴이 넘어갈 때마다 돌을 뒤집는다. 그리고 돌의 색은 흑과 백을 왔다 갔다 한다. 판이 끝날 때까지는 이 돌이 검은색인지, 하얀색인지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이중성이란 의미를 아주 잘 반영하는 셈이다.

 

그런데, 필자가 오델로에 수 년간 빠져들면서 느낀 오델로의 오묘함은 돌 색의 이중성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무질서 내지는 카오스(Chaos)이다. 하세가와 고로 박사가 리버시에서 파생하여 '오델로'라는 게임을 만들어낸 바 있다. 만약 내가 50여 년 전에 이 게임을 독자적으로 고안해 냈다면, 어쩌면 나는 이 게임을 '카오스'에서 따왔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돌의 무질서한 모습이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카오스란 정확히 무엇인가? 필자는 과학을 공부할 적에 접했던 카오스 이론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 많이 접해본 이미지 하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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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피우자 연기가 위로 유유히 헤엄친다. 이 연기는 처음에는 곧게 뻗어 있다. 하지만 이내 흐름이 뒤틀리더니, 순식간에 어지럽게 공기중을 날아다닌다. 아무리 바람 없이 숨 죽이고 있더라도, 연기는 어느 시점에서 꼬이고 만다. 우리는 그저 이 연기가 퍼진다고만 알 뿐,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는지는 알 방법이 없다. 단지 연기를 감싸던 공기들만이 비밀을 알 뿐이다.

 

여기서 필자는 오델로에도 닮은 점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위 그림에 묘사된 연기를 보자. 맨 아래 부분은 오델로의 초기 세팅이 이루어진 모습이다. 게임이 시작되고 초기 돌에서 향이 피어오른다. 플레이어가 어떤 오프닝을 펼치느냐에 따라 돌 배치는 매우 혼란스럽게 변화한다. 각 턴마다 놓이는 돌의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판 구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게임을 지켜보는 관전자의 눈에는 앞으로의 돌 배치를 한 치 앞도 명확히 예상할 수 없다. 이건 마치 모양이 뭉개진 향과 닮았다.

 

저 그림을 보라. 흑의 연기와 백의 연기가 끊임없이 뒤섞이고 있다. 그럼 마지막에는 어떤 연기가 지배할까? 어떤 판은 중반부터 기울어서 금방 승부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상당수 팽팽한 대국에서는 경기 끝까지 예측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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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연기가 서로 섞이는 듯한 대혼란은 비단 오델로뿐만 아니라 바둑이나 체스 등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그럼 왜 유독 오델로에 대해 이 이야기를 꺼내는가?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델로의 경우 "저 돌 하나 때문에…!"와 같은 탄식이 유독 많이 나타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바로 위 그림에서 왼쪽은 백의 승리지만 오른쪽은 흑의 승리로 결판이 나듯이. 그것도 돌 하나 차이가 가른 극명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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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유를 들자면 돌을 뒤집는 모습에 있다. 돌을 놓고 뒤집을 때, 우리는 맞은편 돌과 연결하여 특정한 줄을 뒤집는다. 이때 줄이 뒤집히는 모습이 마치 연기로 덮는 것 같다. 그리고 턴이 바뀔 때마다 이 연기는 쌓이고 쌓여서 서로 밀어내기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흠… 왠지 전개가 공상 속으로 빠져든 것 같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말할 수 있다. 돌이 어지럽게 뒤집히는 모습 속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것은 "오델로"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티스토리 헤드라인이 '오델로 아마추어 탐험가'인 이유이다. 필자는 공식적으로는 프로 단을 달고 있지만, 탐험의 영역에서는 아직 아마추어 단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예나 지금이나 안개가 자욱한 밀림을 걸어다니는 탐험가다.

 

자연의 카오스는 다루기 매우 어렵지만, 오델로 세계 속에서는 단서를 하나둘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나는 언젠가 이 게임의 카오스를 통솔하게 될까? 답을 찾기 전까지는 아마 내 커리어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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