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오프라인 세계 대회에서 사용하는 판

 

다른 추상전략 게임과 마찬가지로 오델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대국이 있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현대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먼저 접하고 오프라인 대국에 들어간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오델로라는 게임이 많이 생소하고 오프라인 판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기에 그나마 온라인 환경에서 인지도를 확보하는 면도 있다.

온라인으로 해본 사람이 오프라인 대회를 나간다면 기본 룰은 같을 것이니까 별 차이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회장에 가보면 오프라인의 규칙 및 진행 과정이 여러 가지 더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실전 감각의 중요성이 여러 모로 부각된다.

대회의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 각 라운드가 시작하기 5분 전쯤에 오델로 대진 프로그램이 테이블 번호와 흑·백을 지정한다.
○ 흑은 해당 테이블의 대국 시계가 오른쪽에 보이는 자리에, 백은 왼쪽에 보이는 곳에 앉는다.
심판이 라운드 시작을 선언하면 백 플레이어가 대국 시계 스위치를 눌러 흑의 시간을 카운트하고, 흑 플레이어는 첫 수를 뜬다.
돌은 플레이어가 직접 뒤집고, 뒤집고 나면 대국 시계를 눌러 상대 시간을 카운트하게 한다.
각 턴에서 착수 과정은 반드시 한 손으로만 진행한다. 즉 돌을 놓고 뒤집은 다음 스위치를 누르는 동작은 반드시 오른손 혹은 왼손 어느 한 손으로만 해야 한다.
상대가 스위치를 누르고 내 차례에 패스를 할 때에는 돌을 두지 않고 자기 스위치를 바로 눌러서 상대에게 턴을 넘긴다.
대국이 끝나고 돌을 세고 나서 스코어 시트에 점수를 적고 양쪽이 사인을 한 다음 심판에게 제출한다.
턴을 마쳤는데 스위치를 안 누르면 상대 턴인데 내 시간이 소모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꼭 누르도록 한다.
판 진행 중에 시간이 다 떨어지면 돌 개수에 관계 없이 '시간패'가 된다. 이때 대응 방식은 대회마다 조금씩 다르나, 예외 없이 패배로 처리하므로 시간 관리는 필수다.
기권은 절대 할 수 없다. 진짜로 기권했다가는 0:64 패가 된다. 판세가 아무리 기울어도 라운드는 끝까지 마친다.

오프라인에서는 손으로 직접 돌을 뒤집기 때문에 간혹 실수를 하기도 한다. 돌을 잘못 뒤집을 때 대응 방법 역시 알아야 한다. 테이블 담당 심판이 있다면 심판은 미스플립을 바로잡지만, 대다수는 심판 없이 진행하기에 스스로 대응해야 한다.

 상대가 돌을 잘못 뒤집고 스위치를 누른다면, 바로 스위치를 다시 눌러서 "여기 잘못 뒤집었습니다"하고 말한다. 상대는 그에 따라 잘못을 고치고 턴을 넘긴다.
 만약 상대가 돌을 잘못 뒤집었는데 내가 눈치 못 채고 턴을 넘기면, 그 실수는 뒤늦게 알아차려도 정정이 불가능하다.
 내가 돌을 잘못 뒤집고 턴을 넘기고 나면 잘못을 알더라도 "고치겠습니다"하고 정정할 수 없다. 선택권은 상대에게 넘어간 상태이다. 또한 상대는 나의 미스플립으로 판이 유리해진다 생각되면 이를 묵인할 수 있다. (필자의 의견을 말하자면 유불리에 상관 없이 실수를 눈치챈다면 꼭 고치는 것이 옳다.)
 관전자는 미스플립이 났다고 말할 수 없다. 돌을 올바르게 뒤집는 과정 역시 실력의 범주에 들어가므로, 판에 개입하지 않는다.
 패스가 아닌데 패스를 해버린 경우도 마찬가지로 스위치를 바로 누르고 둘 곳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이를 모르고 계속 진행을 하면 역시 실수를 돌이킬 수 없다.
 추가로 만약 돌 개수를 잘못 셌는데 상대와 내가 그 점수를 적고 사인을 해서 제출하면, 나중에 틀린 데가 나오더라도 점수를 고칠 수 없다. 심지어 승패나 무승부가 뒤바뀌는 경우라도 제출한 스코어 시트대로 공식 기록이 되니 이 점 주의해야 한다.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대회 예절 및 규정은 꼭 알고 가자.

 대국 중 폰 사용은 금지다. 폰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해야 하고 어떤 대회에서는 아예 전원을 끄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각 라운드의 시작 시 상대와 목례 또는 악수와 함께 인사를 한다. 끝날 때도 다시 한 번 인사를 나눈다.
 상대의 시야를 가리거나 주위를 산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어느 쪽 턴이든 다 해당된다.
 부적절한 말이나 비신사적인 행위는 당연히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졌다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하거나 이겼다고 자만하지 않는다.
 실력 차가 많이 난다고 해서 성의 없이 대국하지 않는다. 물론 체력 관리 때문에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괜찮다.
 상대가 몇 분이고 장고를 하더라도 재촉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린다.
 패스로 연속 착수할 때에도 반드시 스위치를 누르도록 한다. 상대가 패스를 할 때라고 해서 스위치를 안 누르고 바로 자기 돌을 또 놓아서는 안 된다. 스위치 누르기는 "턴을 마치겠습니다", "착수 확인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돌의 개수는 정직하게 세며, 고의로 수를 바꿔서는 안 된다. 나와 상대가 센 스코어를 서로 반드시 확인하고 종이에 적도록 한다.
 판이 끝나고 나서는 잡담으로 다른 테이블의 대국을 방해하지 않는다. 소리 없이 대화하거나, 대기실로 가도록 하자.
 판을 먼저 마치고 다른 테이블의 대국을 구경할 수는 있다. 단, 플레이어가 둔 수에 대해 "왜 저기다 두지?"와 같은 말이나 감탄사 등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주는 반응은 일절 하지 않는다.

내용이 꽤 되지만 사실 몸으로 익혀보면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다. 실전 감각을 가지고 나면 재미와 자신감이 더해지고, 동기부여도 확실하게 이루어진다. 같이 참여한 사람들과 덕담을 나누기는 덤이고, 무엇보다 실전에서 겪은 판단착오는 기억에서 잊히지 않고 확실하게 바로잡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오프라인으로 나와서 직접 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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