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델로에서 오프닝은 초반 정석을 가리키는 말로, 종류는 150여 가지가 넘어간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오프닝만 해도 50여 종 이상으로 길이 꽤 다양하다.

 

이렇게 많은 오프닝 경로를 그룹으로 묶을 수 있을까? 오프닝은 대개 백 2수를 기준으로 수직과 대각으로 나누어서 소개하지만, 나는 여기서 흑 3수또는 5수를 기준으로 한 단계 더 세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식 오프닝은 주로 사람 이름을, 일본식 오프닝은 동물 형상을 따온 것이 많다. 여기서 필자 본인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후자로, 동물 명칭 중 대표적인 걸 그룹명으로 만들었다. (물론 이 글은 공식이 아니다)

 

오프닝 분류를 구상해본 계기는 바로 오프라인 대회다. 본인은 대회 전 오프닝 종류를 상대 수의 대응을 기준으로 목록을 대략 구상한다. 물론 타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2019년도 왕중왕전 때는 "흑: 상대가 수직으로 가면 나는 Stephenson, 대각으로 가면 나는 Snake / 백: 상대가 Rabbit으로 가면 나는 Rose, Tiger로 가면 나는 No-Kung, Nicolet" 이런 식으로 틀을 마련하고 몇 수까지의 길을 준비하였다. 이때 백은 수직이 본인 주류였는데, Rabbit과 Tiger에서 갈림길이 발생하고, 대진 상대를 분류하는 기준이 되었다. 즉 플레이어의 오프닝 스타일은 백 2수보다는 흑 3수나 5수에서 결정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류 명칭은 오델로 퀘스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백이 수직 오프닝을 갈때, 이를테면 E6F4C3으로 가면 'Tiger Category', E6F4D3으로 가면 'Cat Category' 표시가 뜬다. 물론 이건 제브라, 시맥스나 여타 오프닝 모음집에는 나오지 않은 명칭이라 유독 눈에 띄었다. 나는 'category'를 '족'에 착안해서 "무슨 족 오프닝"과 같이 말을 옮겼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족(family)은 원소 주기율표의 족(이를테면 알칼리 금속, 질소족, 산소족, 할로겐 원소, 비활성 기체)에서 가져온 말이다.

 

분류 대상은 수직 오프닝과 대각 오프닝이다. 백 2수로 평행 오프닝도 있긴 하나, 이쪽은 백이 불리해지는 길일 뿐더러 이어지는 오프닝 이름도 Mouse(E6D6 C5F6 C4 / 3수까지는 ネズミ定石, 쥐) 외에는 달리 없어서 분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아래 그림은 -6 밑으로 불리하지 않은 5수까지의 길을 나타낸 것으로, 흑 1수 기준은 E6이다.

수직 오프닝 중 호랑이족/고양이족 오프닝 갈래

 

● 호랑이족 오프닝: E6F4C3으로 출발하는 오프닝을 묶은 것이다. 백 4수는 C4가 정석이고 흑 5수는 D3, E3, F3 중에서 고를 수 있다. (C5와 G3은 비정석) 각 경우 오프닝은 Tiger(虎定石, 호랑이), Crayfish(ザリガニ定石, 가재), Shrimp(海老定石, 새우)가 된다. 주류 오프닝은 +0인 Tiger로, 호랑이를 대표로 삼아서 "호랑이족 오프닝"이라 하겠다.

 

○ 고양이족 오프닝: E6F4D3으로 출발하는 오프닝을 아우른다. 백 4수는 C4 혹은 E7(No-Cat)로 받는 것이 정석이다. 백이 C4로 받을 때, 흑은 C3인 Tiger, E3인 Cat(猫定石, 고양이)이나 F5로 붙이는 Italian(羊定石, 양)이 있다. Tiger는 두 가지 방법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보통 흑 3수를 D3보다는 C3으로 많이 가기에 여기서는 고양이족 오프닝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백 4수가 E7일 경우, 흑은 F3으로 올려서 Swallow(燕定石, 제비) 또는 F6으로 내려서 Sea Otter(ラッコ定石, 해달)로 갈 수 있다.

 

수직 오프닝에 대응하는 토끼족 오프닝

● 토끼족 오프닝: E6F4 다음 E3 또는 F3으로 출발하는 오프닝을 말한다. 원래는 흑 3수 E3인 Fishhook만을 토끼족으로 분류했었지만 F3인 Wild Rabbit(野兎定石, 들토끼)은 이후 뒤따르는 오프닝 이름이 없고 그렇다고 판세가 아주 불리한 것도 아니기에, 이것도 토끼족 오프닝에 넣었다. E6F4E3 다음 백 4수는 D6이 정석이고, 이후 흑 5수는 C5, C4, C6 중에서 고를 수 있다. 각각 Rabbit(兎定石, 토끼), Horse(馬定石, 말), Deer(†鹿定石, 사슴)가 된다. 그 외에 G4로 가는 Crane(鶴定石, 두루미)도 있다. 주류는 Rabbit, 그 다음 많이 쓰는 오프닝은 Horse이다.

 

†Deer의 경우 영어 명칭은 오델로 퀘스트에, 일어 명칭은 와카마츠 미치오(若松倫夫)의 오프닝 그림에 나와 있지만 정작 시맥스나 bassy84.net과 같은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어서 대각 오프닝은 E6F6F5D6이나 F5F6E6D6과 같이 뭉치는 모양에서 출발하는 길이 정석이다. 여기서는 백 4수가 D6에 놓이는 방향을 기준으로 그렸다. 족 분류 기준은 사용 빈도. 흑 5수로 G7에다 두는 X-sqaure Opening(暴走牛定石, 폭주하는 소)도 있긴 한데 이건 판세가 -20으로 막장인지라 분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대각 오프닝에 대응하는 흑 5수 갈래

○ 소족 오프닝: 가장 많이 가는 오프닝이다. 흑 5수로 C5에 가면 Cow(牛定石, 소)가 된다. (시맥스에서는 백 E3까지 이어질 때 표시된다) 또 바깥으로 빠지는 E7도 있는데 이 경우 Heath(飛び出し牛)라 부른다. 이때 소 모양인데 바깥으로 나왔다고 해서 Jumping Out이라 부르기도 한다. 둘 다 판세는 +0이다.

 

● 뱀족 오프닝: 중간 빈도 오프닝. 흑 5수로 F7, C4에 두는 경우를 묶은 것이다. F7은 Snake/Peasant(蛇定石, 뱀), C4는 Rotated Snake(裏蛇定石, 뒤집어진 뱀)이다. Cow와는 달리 바깥쪽인 F7이 -2로 주류이고 C4로 가면 -4로 살짝 불리해진다. 한편 C3으로 반대쪽으로 빼는 수도 있는데 이건 Buffalo/Kenichi Variation(バッファロー, 버팔로)이다. 따로 '들소족'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돌 배치 모양이 뱀과 비슷해 보이기에 뱀족 오프닝으로 넣어보았다.

 

○ 너구리족 오프닝: D7, C6 혹은 C7로 가는 오프닝을 묶은 것이다. D7은 Raccoon Dog(†狸定石, 너구리)이고, C6은 Rotated Raccon Dog(裏狸定石, 뒤집어진 너구리)이다. 이 둘은 셋 중에서 그나마 많이 쓰이지만 C7로 가는 Rocket은 정말 거의 쓰이지 않는다. 너구리족 오프닝은 빈도가 낮은 길이라 이 세 가지 외에는 이어지는 오프닝 이름이 없다. 기껏해야 Rocket 이후 수순 중 E6F6F5D6C7F4에 해당하는 Lollipop(ヒラメ定石, 넙치)이나 E6F6F5D6C7C6D7인 Hamilton 정도.

 

†너구리인데 살쾡이 리(狸)자가 붙은 게 좀 이상하다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 일본어에서는 狸(たぬき)가 너구리라는 의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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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회에서는 수직 오프닝 > 대각 오프닝, 호랑이족 > 토끼족 > 고양이족, 소족 > 뱀족 ≫ 너구리족 순으로 빈도 차이가 난다.

 

여기까지가 동물 이름을 딴 오프닝 족 소개다. 사실 이건 공식 분류가 아니고 본인 주관에 따라 쓴 글이기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블로그에서 '오프닝 일람'에 목록을 첨부할 때 이 기준에 따라 작성할 것이기에 참고용으로 둘 생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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