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델로 대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승점 순으로 순위를 나열한다. 참가자 가운데 동점자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데, 동순위 없이 세세하게 가려내려고 할 때가 있다. 즉 타이 브레이커(tie breaker)를 도입하며. 오델로에서는 주로 MBS를 이용한다.
MBS(Mixed Brightwell System)은 영국의 오델로 플레이어이자 수학자인 그레이엄 브라이트웰(Graham Brightwell)이 도입한 동점자 순위 판별 방식이다. 또 이 방식으로 산출하는 지표인 BQ(Brightwell Quotient)를 실제 대회에서 많이 이용한다.
◎ 아이디어 ◎
먼저 월드컵 경기를 떠올려보자. 조별 리그에서 16강 진출 팀을 가려내는 주요 기준은 승점이다. 또 승점이 같은 팀이 있으면 골득실로 다시 순위를 판별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오델로에서는 각 라운드의 스코어에 해당하는 "돌 개수"를 기준으로 하면 될 것이다. 또 각 판에서는 나와 상대방의 돌 개수의 합은 반드시 64로 일정하므로, 절대적인 돌 개수는 곧 돌득실과 연결지을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돌 개수를 타이 브레이커로 사용한다면 허점이 하나 발생한다. 일단 오델로에서는 플레이어 수가 많으면 스위스 방식으로 매칭을 하는데, 풀 리그가 아닌 이상 각 선수의 대진 운은 같을 수가 없다. 승수가 많을 수록 어려운 사람과 만나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인 양상은 이렇다: 기력이 중수 레벨로 비슷하고 대회 승점이 같은 플레이어 A, B가 있다. A는 초반에 많이 이겨서 중반에 어려운 상대와 만나고 후반으로 가면서 진다. B는 반대로 초반에 순위가 내려앉아서 중반에 쉬운 상대와 만나고 다시 순위가 떠오른다. 스위스 방식에서는 해당 라운드까지 누적한 중간 승점을 기준으로 다음 대진 상대를 찾기 때문에 저런 일이 꽤 많이 발생한다. 그러면 대국 난이도 면에서는 B가 유리하고, A는 센 상대 위주로 만나면서 스코어를 획득하기 어려워진다.
심지어는 이를 이용해서 잠수함 모드로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처음에는 일부러 지고 난 뒤 중간에는 쉬운 상대와 만날 때 돌을 많이 가져가면서 승점을 쌓는 것이다. 체력 관리가 아닌 대진 운을 목적으로 살살 플레이한다면 이건 대회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돌 개수 말고도 '어려운 상대'를 만난 것에 대한 보상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이는 "자신이 만난 상대방의 승점의 합"으로 산출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상대 승점의 합으로만 동점자 내 순위를 가려내려 한다면 이는 곧 플레이어는 순전히 대진 운에만 의존하라는 뜻이며, 승패가 이미 결정난 판에서 돌 개수 관리를 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돌 개수와 대진운 보상을 어떻게 절충해야 할까?
◎ 지표 ◎
앞서 아이디어에서 살펴본 바에 따라 두 가지 지표를 셈해보자.
\(D\) = 자신이 획득한 돌 개수의 총합
\(S\) = 내가 만난 상대방의 승점의 합
이 두 값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이 일차결합 꼴로 나타내는 것이다.
\[ \text{BQ} = D + C \cdot S \]
\(\text{BQ}\)가 바로 타이 브레이커이며, \(C\)는 \(S\)의 계수로 고정된 값이다.
▷ \(C\) 값이 커지면 \(\text{BQ}\)에서 \(S\)의 중요도가 높아진다. 즉 어려운 상대를 만난 사람에게 보상을 크게 준다.
▷ \(C\) 값이 작아지면 \(S\)의 영향력은 작아지고 \(S\) 값이 중요해진다. 돌을 많이 획득하고자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보상이 커진다.
\(D\)와 \(S\)의 특징을 좀 더 살펴보자: 전체 라운드 수를 \(N\)이라 하자. 우리는 각 라운드 당 획득하는 돌 개수는 평균적으로 64의 절반인 32개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선수가 평균적으로 획득하는 돌 개수는 \(32N\)이 된다.
한편 각 판 당 주어디는 승점은 승리 1pt, 패배 0pt, 무승부 0.5pt이므로, 플레이어가 대회에서 얻는 기대 승점은 \(\frac{N}{2}\)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각 선수는 \(N\)라운드 동안 상대 \(N\)명을 만나며, 따라서 각 상대의 승점을 전부 합한다면 \(S\)의 기댓값은 \(N \cdot \frac{N}{2} = \frac{N^2}{2}\)임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D\)는 \(N\)에 비례해서 증가하지만 \(S\)는 \(N^2\)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C\)가 일정해도 \(N\)이 증가하면 \(\text{BQ}\)에서 \(S\)의 비중도 덩달아 커진다. 따라서 일차결합 계수인 \(C\)는 \(N\)에 따라 크기를 조절해야 한다.
◎ \(C\)의 조건 ◎
\(C\)는 브라이트웰 상수(Brightwell constant)라고 부른다. 상술한 바대로 이 상수는 라운드 수 \(N\)에 반비례하게 정하고 싶다. 즉 \(C=\frac{K}{N}\)의 꼴. 이때 \(C\)의 결정 조건으로 아래 가정을 하나 세우자.
"어떤 선수가 이상적인 최상위자와 만나면 0:64로 지고, 이상적인 최하위자와 만나면 64:0으로 이긴다. 이때 두 상황에서 \(\text{BQ}\)는 같다고 가정한다."
여기서 '이상적인 최상위자 P'는 누구를 만나도 항상 이기는 가상의 인물이며, '이상적인 최하위자 Q'는 반대로 항상 지는 쪽이다. 따라서 P는 전승자이므로 승점은 \(N\)이며, Q의 승점은 0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어떤 플레이어 \(A\)가 제\(n\)라운드에서 상대 \(B_n\)과 만나고 \(A\)의 돌 개수 \(d_n\), 상대 \(B_n\)의 대회 승점은 \(s_n\)이라 하자. 그러면 \(D\)와 \(S\)는 각각 \(d_n\)과 \(s_n\)의 합이다.
\(D = d_1 + d_2 + \cdots + d_{N-1} + d_N \)
\(S = s_1 + s_2 + \cdots + s_{N-1} + s_N \)
→따라서 \(\text{BQ} = (d_1 + d_2 + \cdots + d_{N-1} + d_N) + C \cdot (s_1 + s_2 + \cdots + s_{N-1} + s_N) \)
또 위에서 세운 가정에 따라, 어떤 라운드에서 P나 Q를 만날 때는 식을 아래와 같이쓸 수 있다. 해당 라운드는 제\(N\)라운드에 넣겠다.
※제\(N\)라운드에서…
▷P와 만날 때: \(d_N = 0, s_N = N\)
\(\text{BQ} = (d_1 + d_2 + \cdots + d_{N-1} + 0) + C \cdot (s_1 + s_2 + \cdots + s_{N-1} + N) \) → ⓟ
▷Q와 만날 때: \(d_N = 64, s_N = 0\)
\(\text{BQ} = (d_1 + d_2 + \cdots + d_{N-1} + 64) + C \cdot (s_1 + s_2 + \cdots + s_{N-1} + 0) \) → ⓠ
두 경우에 대해 \(\text{BQ}\)는 같다고 가정했으므로, ⓟ-ⓠ를 취하면
\(0 = -64 + C \cdot N\)
따라서 다음 결론을 이끌어낸다.
\[\displaystyle C = \frac{64}{N}, K=64\]
◎ 실제 적용 ◎
\[\displaystyle \text{BQ} = D + C \cdot S = D + \frac{64}{N} \cdot S \]
이렇게 유추한 식에서 돌 개수 합인 \(D\)는 정수이고 승점의 합인 \(S\)는 '정수의 절반' 꼴이다. 승점 자체가 1pt, 0.5pt씩 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대회에서는 편의상 \(\text{BQ}\)의 값이 정수가 되도록 하고자 \(C\)를 짝수 정수로 잡아둔다.
따라서 전체 라운드 수에 따른 \(C\)의 값은 \(\frac{64}{N}\)에 가까운 짝수 정수로 조정된다.
라운드 수 \(N\) | \(\frac{64}{N}\) | 브라이트웰 상수 \(C\) |
5 (국내 대회) | 12.8 | 12 |
6 (국내 대회) | 10.67 | 10 |
7 (국내 대회) | 9.14 | 8 또는 10 |
8 | 8 | 8 |
9 | 7.11 | 6 또는 8 |
10 | 6.4 | 6 |
11 | 5.82 | 6 |
12 | 5.33 | 6 |
13 (세계 대회) | 4.92 | 4 또는 6 |
사실 \(C\)가 반드시 \(\frac{64}{N}\)에 정확히 맞아야 할 필요는 없고 얼추 가까운 값으로 잡기만 하면 된다. 대회 환경, 그중에서도 '선수들의 실력 분포'란 변수 때문에 \(C\)의 정밀도를 그렇게 크게 요구하지는 않는다. 또 사람이 적어서 풀 리그가 가능할 때에는 자기 승점이 같으면 \(S\)도 일정하기에 \(D\)의 값으로만 판별해도 된다.
▷ \(C > \frac{64}{N}\): 어떤 대회에서 선수들의 '기력 스펙트럼'이 넓어서 상대 승점 +1에 따른 난이도 변화가 두드러질 때에는 \(C\)를 더 크게 잡을 수 있다.
▷ \(C < \frac{64}{N}\): 선수들의 실력 차가 작고 대진 운의 변동이 크지 않을 때에는 상대 승점의 중요도가 낮아지므로 \(C\)를 더 작게 잡을 수 있다.
참고로 세계대회에서는 예선전을 13라운드 치룬다. 그러면 위 표에 따라 \(C\)의 근삿값은 4가 되겠지만 세계대회의 특성 상 기력 스펙트럼이 매우 넓으므로 앞서 말한 대로 6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겠다.
만약 두 선수가 승점도 같고 \(\text{BQ}\)도 같다면, 이 경우 획득한 돌 개수로 순위를 가려낸다. 축구로 치면 승점과 골득실이 같을 때 다득점으로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 하나, BYE라는 가상 인물로 부전승 처리할 때에는 BYE를 위에서 말한 '이상적인 최하위자'라 간주할 수 있다. 그러면 부전승 시 \(C=\frac{64}{N}\) 도출과정에 맞게 64:0 승리, BYE의 승점은 0이라 하면 될까? 후자는 맞는 말이지만 전자는 뭔가 좀 섭섭하다. 부전승자는 대국 없이 그저 쉬고 있을 뿐인데 돌 64개를 공짜로 가져가다니. 이건 넌센스다. 차라리 64:0 대신 33:31이나 32:32로 처리하는 것이 쉬는 자의 핸디캡 차원에서 나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기준을 주로 적용하고 있으며, 부전승을 한 번 거친 자는 \(\text{BQ}\) 값이 많이 내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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