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대회에서는 실력 발휘도 중요하지만 대회를 잘 치르는 요령도 익혀두어야 한다. 제아무리 온라인에서 연습 게임을 많이 하더라도 오프라인 환경에 잘 적응하지 않으면 얘기치 않은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이 글에서는 컨디션 조절 방법을 비롯한 개인적인 대회 참가 팁을 적어본다.

 

2018년도 명인전 당시 대회장 테이블 모습. 공간이 생각보다 좁다.

● 아침 식사는 필수

대회는 물론 일상에서도 그렇듯이 아침 식사는 반드시 하고 가야 한다. 제아무리 대회장까지 거리가 멀어서 밥을 챙길 겨를이 없더라도 빵과 같이 전분 보충은 필요하다. 이는 아침에 시작하는 대회에 해당하고, 지역대회나 유소년대회와 같이 오후에 대회가 열린다면 점심 식사까지 마쳐야 한다.

세계대회의 경우 예선전만 해도 이틀에 걸쳐 진행하고, 또 호텔과 대회장이 멀리 떨어진 경우도 있다. 되도록 일찍 잠들고 일어나는 것이 좋으며, 이때에도 조식은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특히 첫째날 결과가 저조하다고 해서 미련을 품은 나머지 잠에 못 드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 대회 전 손톱은 짧게

오델로에서는 판에 돌을 놓고 뒤집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때 돌은 지름이 3.5cm인 반면 두께는 1cm도 채 안되기 때문에, 돌의 모서리를 집을 때 손가락이 판에 바짝 붙는다. 이때 손동작이 편하려면 손톱이 판에 부딪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특히 세계대회용 판은 재질이 뻣뻣하면서 매끄럽기 때문에, 손가락에서 뭔가 칠판을 긁는 느낌이 전해져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본인은 2020년도 수원 대회에서 손톱을 깎지 않는 바람에 돌 뒤집는 동작이 느려지고 그에 따라 시간패를 당한 적이 있다.

● 첫 참가자는 대회 전 연습 게임을 권장

출전 경험이 있는 기사는 대회장 어디에서도 금방 익숙해지지만 처음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사람은 느낌이 어색할 수가 있다. 의자에 앉을 때 안정감이 있어야 하고, 테이블이 좁더라도 바로 적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돌 놓고 뒤집고 대국 시계 누르는 동작도 한 팔로 진행하므로 손에 감각을 미리 익혀두자. 미스플립이나 부정패스 방지 연습도 덤으로. 무엇보다 오프라인 판은 폰이나 컴퓨터로 할 때보다 시야가 넓어서 판을 읽는 느낌이 확연히 다를 수 있으므로, 다른 참가자 아무나 불러서라도 연습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

○ 대국시계 체크하기

요즘 열리는 대회에서는 대부분 디지털 시계이다. 이때 시계 표시 방법이 "분:초"인지 아니면 "시간:분"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초가 표시되지 않는 시계의 경우 자기 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 직접 느낌이 와닿지 않는다. 또 하나, 자기 시간이 몇 분 혹은 30초 남았을 때 「삐」 하고 신호음이 나는 경우도 있고 안 나는 기종도 있다. 신호음이 없다면 시간패에 말려들기 쉬우니 주의하자. 만약 자신이 시계를 직접 다루기가 어렵다면 심판이나 다른 선수에게 물어봐도 된다.

참고로 국내 대회에서는 플레이어에게 20분을 할당한다. 한때 10분 이상 남으면 "시간:분", 그 이하는 "분:초"로 표기가 바뀌는 시계를 사용한 적이 있으며, 해당 시계에서는 신호음이 있었다. 물론 2019년도 명인전부터는 항상 "분:초"로 표시하는 시계로 대체하기는 했는데 이 기종은 신호음이 없다!

● 구부정한 자세로 앉지 말 것

대국 시 테이블에 앉아서 라운드마다 최대 40분까지 진행한다. 수 읽기 도중 판이 눈에 안 들어와서 저절로 눈을 판에 가까이 하게 된다. 등이 굽어 있다면 체력은 물론 정신력이 자신도 모르게 흐트러지고, 판 시야가 일그러져서 돌 배치를 잘못 읽을 수가 있다. 따라서 곧은 자세로 테이블에 앉는 연습을 해야 한다. 혹시 대국 도중에 자세가 구부러진다면 그때그때 의식해서 자세를 바로 세우도록 하자.

○ 물이나 음료수는 한꺼번에 마시지 말 것

여러분이 마실 걸 가져온다면 갈증을 해소할 만큼씩만 마시도록 한다. 한꺼번에 들이켜서 배가 꽉 찬 느낌이 들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소변이 마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델로 대회는 바둑과 달리 라운드 시간이 길지 않기에 보통 화장실 출입을 쉬는 시간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다. (치팅 방지 목적 등) 그러므로 마실 때에는 양을 적절히 쪼개는 것이 좋다.

● 간식은 당 캔디나 초콜릿만으로 충분

대회장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각 테이블마다 주어진 공간은 넓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회 판뿐만 아니라 대국 시계, 돌 보관함 그리고 스코어 시트까지 놓이다보면 간식을 놓을 자리가 부족해진다. 더욱이 테이블 상에 잡동사니가 많이 있다면 시선을 판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즉 빵과 같이 부피가 큰 간식보다는 당을 보충하기 위한 작은 초콜릿이 좋다.

○ 기보 작성 시 시간 소모 주의

대부분의 대회에서는 기보 작성이 의무는 아니다. 본인이 2019년도 세계대회(도쿄)에 나갔을 때도 꼭 작성할 필요는 없었으며, 대다수는 복기를 위한 메모 용도로 썼다. Liveothello 중계를 타고 있다면 더더욱 필요 없다. 만약 여러분보다 대진 상대가 기보를 적극 메모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여러분은 굳이 따로 적지 않아도 된다. 세계대회의 경우 둘 중 어느 한 사람만 적는다면 스태프가 추후에 온라인으로 기록해주니 걱정하지는 말자. 그 외 다른 대회에서는 라운드가 끝나고 상대에게 기보 사진 찍겠다고 부탁해도 된다. 대부분 허락해준다.

만약 여러분이 기보를 작성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한 수에 하나씩보다는 두 수가 지나가고 두 개씩 적는 걸 권장한다. 즉 "상대가 두고, 자신이 둔 다음 상대에게 차례를 넘기고 그 두 수를 기록"하는 셈이다. 자신의 시간이 아닌 상대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숫자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오프닝의 경우 턴이 빠르게 지나가므로, 중반 수 읽기에 들어갈 때 한꺼번에 첫 열 수를 적어두기도 한다. 엔딩도 마찬가지. 자신이 시간에 쫓길 것 같으면 마지막 60수까지 기록하겠다는 생각은 과감히 던지도록 한다. 최근 수일수록 기억에 잘 남아 있으니 반드시 종이에 남겨둘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한 번 지나간 대회는 다시 돌이킬 수 없으므로, 대회 진행 중에 발생하는 실책은 최대한 없어야 한다. 더욱이 실력 문제가 아닌 신체적 컨트롤에서 실수가 나오면 뼈아픈 기억이 오래 남기 마련이다. 기본기도 중요하지만 여러분 본연의 기량을 발휘함으로써 즐거운 대회로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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