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명: 제 3회 전국 오델로 왕중왕전
일시: 2019년 1월 6일 일요일
진행 시간: 10:00 ~ 17:00
장소: 서울 영등포구 자스민기원
참가자 수: 9명
라운드 수: 스위스방식 7라운드
플레이어 제한시간: 20분

Live Othello: www.liveothello.com/livegames.php?TournamentID=426


지난번 인천 대회에서 프로로 공식 입단을 하고 몇 달간 오델로 퀘스트에서 연습 게임을 꾸준히 두고 어느덧 레이팅 1800대 후반에 올라섰다. 무술년에는 1800을 전후로 좀 고전하긴 했지만 의식을 하지 못하는 사이 그렇게 변모한 것인가. 어쨌든 학사 교과과정을 막 마치고 기해년을 맞아 초단으로 처음 오프라인 대회에 나가게 된다. 2019년의 첫 대회는 제 3회 왕중왕전이다.

오델로 협회 밴드에서 대회 날짜를 투표할 때 나는 토요일을 골랐지만 아쉽게도 1월 6일 일요일로 정해졌다. 이게 아쉬운 이유는 사실 이 날 부분일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침이 되자마자 서둘러 학교로 찾아가서 망원경 갖고 동기와 동생들하고 같이 관측하고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오델로 프로기사 자격을 얻었는데 대회에 나가보고픈 마음도 굴뚝 같았으니. 다행히 해당 시간대는 아침 9시 전후로, 대회 시작하기 직전이라 하늘은 캐치할 수 있었다. 영등포시장역 출구로 나와서 건물 사이로 비치는 태양을 찾고는 종잇장을 흔들면서 일식을 구경했다. 잠시 후에 협회장님과 김용범 초단과 만나서 잠깐 일식 이야기를 나누고 곧바로 자스민 기원으로 들어갔다. 데뷔전인 2018년 7월 명인전이 열린 곳이고, 웬만한 국내 대회는 대게 이곳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사족은 이쯤에서 줄이고, 왕중왕전 참가자들과 인사를 하고 대기에 들어갔다. 심판은 꽁님(홍재성 2단)이 맡았고, 참가자는 본인 포함해서 모두 아홉 명이었다. 원래는 하야님(이춘애 2단)도 오실 예정이었지만 부득이한 일로 불참하셨다. 이로써 두 사람 빼고 모두가 부전승을 거치게 된다.


◎ 1라운드 ◎
●대국 상대: 김정수 2단○

 


E6F4C3C4D3D6F6E7F5G4C5E3C6G5F2E2E8C2F1B4B5D2A4E1F3A5G3A3B3F7A6A7B6A2H6H5F8G6H4D7D8C8B8C7D1H2H3H7C1G2H1G7B7B1A1A8B2G8H8G1

10시 반이 되면서 1라운드 대진 상대는 볼짱님(김정수 2단)으로 정해졌다. 나는 흑번이었고, 오프닝은 인천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호랑이족 오프닝으로 갔지만 이번에는 Leader's Tiger 대신 정석 루트인 Stephenson을 준비하였다.

§1 ~ 18수

그림1-1 = ●E6F4C3C4D3D6F6E7+F5G4C5E3C6G5F2E2○: 제8수까지가 No-kung이다.


제 7수까지 Stephenson으로 유도하고 난 뒤 상대 측은 No-kung(E7)으로 받았다. 그 다음 9~16수는 ±0으로 많이 가는 길이다. 여기까지는 빠르게 진행했지만 제17수는 확신이 가지 않았다.

여기서 든 생각은 이랬다: 만일 내가 F3으로 들어가면 백에게 D2를 허용하게 되므로 저건 보류해야 할까? 하지만 이는 이웃한 자리인 C2와 G3 자리를 간과한 착오였다.

만약 저 상황에서 F3으로 바로 들어갔다면 상대가 D2로 받더라도 나는 G3으로 붙여나갈 수 있고, 이어 백 C2로 이어져도 흑 H4로 착지한다면 굳이 하변부의 표면을 넓힐 이유가 없던 것이다.

그림1-2=그림1-1 + ●E8C2○


반면 실제 진행에서는 흑 E8, 백 C2에 들어오면서나는 다시 백 진영을 건드려야 했다. 이 상황에서 F3을 두면 상대에게 D2를 내주기에, 우회 수단으로 F1을 골랐다.

§19 ~ 23수

그림1-3=그림1-2 + ●F1B4B5D2○


그 다음 백이 둘 곳은 B열이 유력해진다. 백 20수가 어디에 놓이는지 기다렸다가, B4로 빠져나온 걸 확인하고 나는 바로 옆자리인 B5에 붙였다. D2를 두기 위한 백의 침투였다. 그렇게 그림 1-3과 같이 모양이 나왔는데, 이렇게 되니 [C4:E6] 라인이 한 마디로 잠겼다. 즉 백은 현재 B3이나 F7에 들어오지 못하므로, 흑은 A4로 내려오면 된다. 

§24 ~ 27수

그림1-4 = 그림1-3 + ●A4E1F3A5○


흑 A4 다음 백의 대응은 E1이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F3으로 파고 들었다. 바로 이전 턴에서도 F3에 둘 수는 있지만 그 시점에서는 백 G3이 한 가닥 수가 되어서 두기 곤란했다. 하지만 E1 자리에 백이 들어온 이상 나는 F3에 주기 좋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는 백 G3이 F2의 흑돌도 뒤집어지게 하니까.

결국 백은 다시 영역을 A열로 돌아가서 A5에 착지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쓸데 없는 고민을 하게 된다. 흑 A6에 두고 백 G3으로 가면 흑은 B2에 두지 못한다는 생각이 판단 미스를 유발한 것이다. 실제로 백 G3으로 진행하면 3행이 전부 백돌이 되고 흑은 A3이라는 여유 템포가 남아 있는데, 이를 눈치 채지 못하다니. 은근히 뼈 아픈 순간이다.

§28 ~ 35수

 

그림1-5 = 그림1-4 + ●G3A3B3F7○

흑 G3 다음 백이 둔 자리는 A3이다. 변을 먼저 굳혀야 상책이라는 걸 늦게 알아 버렸지만, 그래도 일단 흑 B3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 다음 백이 F7로 턴을 넘겼는데, 나는 계속 좌변부에 짐중하기로 했다.

아까는 타이밍을 놓치긴 했지만 이번에는 A6으로 붙여보고, 그 다음 B6으로 들어가는 길을 노리기로 했다.

 

그림1-6 = 그림1-5 + ●A6A7B6A2○

그리고 실제로 백 A7로 예상한 길이 나왔고, 계획한 대로 좌변을 길게 굳혔다. 그 다음 살펴볼 것은 우변부. 우상부의 흑돌이 꽤나 신경 쓰였는데, 여기서는 그냥 돌을 가장 적게 뒤집는 H6을 골랐다.

§36 ~ 37수

 

그림1-7 = 그림1-6 + ●H6H5○

상대 측의 대응으로 H5나 D8 중에서 하나를 예상했다. H5로 백이 들어온 걸 확인하고는 저걸 굳힐지 말지를 판단했는데, 여기서 또 패착이 발생하고 만다. 단지 흑 H4가 돌을 4개나 뒤집는다는 이유로 거길 피하고 F8을 찍었다. 흑 H4의 경우 백이 G6에 들어오지 못하며 흑은 D7을 노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H8에 두었더니, 아니나다를까 이 경우 백에게 D7이 유리해진 것이 아닌가?

§38 ~ 41수

그림1-8 = 그림1-7 + ●F8G6H4D7○

물론 백 입장에서 그림 1-7을 볼 때 G6도 노리고 싶은 자리일 것이다. 실제로도 그곳으로 들어갔고,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지만 그래도 이왕 자리 굳히는 거 H4에 두기로 했다. 백 역시 D7로 들어왔는데, 이게 웬걸? 진짜 실수는 여기서 나왔다.

저 상황에서 B7이 최선이라고?? 물론 지금 이 그림을 보면 후보수로 올릴 만하긴 했다. 양대각선을 보면 D5와 E4 둘 다 교차 대각선 방향으로 백돌로 보호 받고 있다. 그래서 흑이 B7에 들어가서 양대각선을 잠그면 이걸 견제할 수가 G2나 H3이다.

그런데 ○G2D1●의 경우 흑이 G1, H1 자리를 안전하게 둘 수가 있고, ○H3D1●로 진행하면 F3의 흑돌을 흑으로 유지할 수가 있어서 백 입장에서 꽤 답답해진다. 후자의 경우 백이 H7로 받으면 되겠지만 우변이 백 불안정 변이 되고, 흑이 D8로 받으면 백이 난처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견제할 만한 수는 백 H2인데 마찬가지로 흑 D8로 대응하면 진흙탕 싸움이 되더라도 그나마 실리를 챙길 수는 있었다.

§42 ~ 47수

그림1-9 = 그림1-8 + ●D8C8○. B8 자리는 -8이 맞다.

흑 41수를 D7에다 두었다면 백의 대응은 C7 내지는 C8이 될 텐데, 일단 실전에서는 C8로 들어왔다. 그러면 나는 다시 C7이나 B8 중에서 골라야 할 텐데, 이때 나는 흑 C7 다음에 백이 B8에 못 들어오지만 반대 수순은 가능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D6:G3] 라인이 잠겨 있으니까. 아까의 패착을 이 턴에서 만회할 수 있었을 텐데 이를 제대로 커버하지 않은 건 크나큰 아쉬움이다.

그림1-10 = 그림1-9 + ●B8C7D1H2○

그런데 하면부가 마감되고 이제 백 46수가 우변에 들어왔는데, 그림 1-10 부분에서 또다시 판단의 기로에 놓였다. H3으로 먹일 것인가, 아니면 H7로 턴을 넘길 것인가. 이는 오델로 대국 과정에서 흔히 겪는 갈림길이다.

생각해보면 H7로 넘기기가 정답이었다. C1 자리에 흑이 들어가면 상변부가 벽돌로 굳어져서 백이 G2로 찌르기에 안성맞춤이 된다. 때문에 ●H3H7C1● 진행으로 가면 모양이 불리해지지만, 대신 ●H7C1B7●로 갔을 때는 양대각선을 흑 한 마디로 잠글 수가 있다. 여러 모로 기억을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48 ~ 60수

 

그림1-11 = 그림1-10 + ●H3H7C1G2H1G7B7B1A1A8B2G8H8G1○

결국 백 50수는 G2로 들어감으로써 흑의 주도권은 완전히 상실했다. 흑 53수에서 판세가 -12에서 -18로 내려가다가, 다시 백 54수에서 -10으로 바뀌었고, 1라운드는 
27:37 패로 마무리되었다.

판이 끝나자마자 복기를 해보긴 했는데 그때는 마지막 부분을 중심으로 체크했다. 물론 후기를 쓰는 이 시점에서는 판단 미스가 이렇게 많이 나왔으니, 어떻게서든 기록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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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는 부전승으로 쉬었다 갔다. 개인적으로 부전승 라운드는 체력이 떨어져가는 후반부에 걸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1라운드의 아쉬움부터 털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3라운드는 기보가 남아있지 않다. 홍형범님과 붙어서 백을 잡았고, 그때 Fishhook → Crane 오프닝을 받는 길로 진행해서 50:14로 이긴 것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3라운드까지 누적된 승점은 부전승 포함해서 2pt였다. 부전승을 거쳐서 그런지 점심시간이 꽤 일찍 찾아온 느낌이었다. 점심은 18년도 명인전과 같이 바로 아래층의 중국집으로 가서 짜장면을 먹었다. 휴식을 취한 뒤 곧이어 4라운드가 찾아왔다.

2부: no-kung.tistory.com/33

3부: no-kung.tistory.com/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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