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읽기: no-kung.tistory.com/31
3부 읽기: no-kung.tistory.com/35
◎ 4라운드 ◎
○대국 상대: 장현우 무급(예비 초단)●
D3C5D6E3F4C6F5C3C4B5B4B6E6A3C7D7C8E8F2B3A4A5E7F3E2F7F6F8G4G6C2C1A6A7B1D2D1G5H5E1F1H6G3H4H3H2B2G2H1G1H7G7D8B8H8A1G8A8A2B7
오후 시간으로 들어와서 4라운드는 백번으로, 상대는 장현우 무급으로 정해졌다. 현우님은 이번 대회가 오프라인 데뷔전으로, 오델로 오픈채팅방에서 오퀘 레이팅 2000대로 이미 실력이 상당했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일단 온라인에서 토끼족 오프닝으로 간다는 건 미리 확인했는데, 그 중에서도 오프에서 처음 만나는 길이 등장했다.
§1 ~ 14수
그 오프닝은 Greenberg로, 토끼족 오프닝의 대표 정석인 Rose에서 백 영역을 찔러들어가는 흑 11수(A6)이다. 이 모양에서 나는 백 12수로 B6에다 뒀고, 흑도 이어서 E6으로 오목한 자리를 채웠다. 그 다음 백이 둘 자리는 A3 혹은 F3인데, 이 판에서는 출현 빈도가 낮은 A3을 골랐다.
§15 ~ 18수
흑 15수는 C7로 백 F3을 방어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나는 B3과 F3에 끼어들어갈 여지를 만들고자 D7로 들어갔고, 흑 17수는 C8로 들어왔다. 그러면 흑에게 E7이라는 호수가 나오는데, 그렇다고 여기를 백이 먼저 두자니 돌이 너무 많이 뒤집어진다. 그래서 백 E8로 착지해서 흑 E7의 개방도를 올리는 걸 택했다.
§19 ~ 24수
상대 측은 백 F3 자리를 견제하고자 F2로 뻗어갔다. 나는 당장 F3에 두기보다는 B3으로 턴을 넘기고자 하였고, ●H4H5○로 좌변을 굳힌 뒤 흑 23수는 E7에 들어왔다. 그렇게 그림 4-3과 같은 구도가 나왔는데, 여기서 백은 상변부를 건드릴 방도가 없어서 일단 F3으로 끼워넣기로 했다. 어차피 흑은 곧바로 G3에 두지는 못하니까.
§25 ~ 26수
흑 25수의 대응은 E2로, 이제 상변부를 건드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딴 생각을 하고 마는데, 하변부는 백 자유공간인데도 F7을 괜히 건드린 것이다. F8로 가더라도 ○F8F7G8○로 진행하면 [B6:E6] 라인이 전부 백이 되어서, 흑은 F6에 바로 못 들어오는 셈. 하지만 나는 ○F7F6F8○이라는 엉뚱한 수순을 그리고 앉아있던 것이다.
사실 F8 말고도 D1, D2, G4도 좋은 자리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아쉬움이 남는 곳은 G4이다. 먼저 상변부는 먼저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게, 백 D2로 들어가면 흑 C1로 대응 시 백의 고요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 백 D1을 시도해도 ○D1E1D2C1● 진행 시 백은 C2에 못 들어가고, 그렇다고 ○F1G1C2B1●로 이어도 상변이 흑 안정 변으로 만들어져 결국에는 우변부를 건드리게 되어 있다. 만약 그림4-4에서 백 G4로 나아갔다면 흑은 C2, A6, A7, G5 중에서 고를 텐데, G4에 가까운 G5를 상정하더라도 백이 F8로 받으면 D6 자리가 백돌이 되어 그 다음에 G3을 무난히 끼울 수 있다.
§27 ~ 30수
실제 진행은 ○F7F6F8○로 나아가는 바람에 흑 D8로 들어오는 수를 제공하고 말았지만, 흑 29수는 G4로 들어와서 뒤늦게나마 백 G6으로 아까의 실수를 어떻게 만회하였다.
§31 ~ 36수
곧이어 상변부 C열이 채워지고 좌변도 5개로 더 굳어져갔는데, 여기서 흑은 B1로 좌변을 견제하는 수를 던졌다.
맙소사... 절호의 찬스였는데, 이걸 날려먹다니. 그림4-6에서 ○D1E1D2○로 채우면 흑은 급격히 불리해지는데, 정작 나는 D2에 흑이 못 들어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백 D1 다음에 흑 D2로 들어오면 난 다시 상변을 채워야 할 텐데' 하면서 쓸데 없는 생각을 하는 바람에 백 D2를 시도했더니, 결국 흑이 대신 D1을 두어서 턴이 나에게 넘어오고 말았다. (그 당시를 회상하자면 사실 B5의 흑돌을 B4로 착각한 것이었다. 자리에서 너무 구부정하게 앉은 나머지 판의 세로방향 시야가 뭉개져서 C3과 대각선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인 셈.)
§37 ~ 38수
이렇게 되면서 우변부나 우상부를 건드리는 것 외에는 달리 둘 데가 없게 돼버렸다. 이 상황에서 우상부는 이미 흑으로 다 채워져 있어서 홧김에 G5를 질렀는데, 사실 이건 또다른 패착이었다. 백 G5 다음 흑 H5로 받으면 흑에게 D8을 허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G5를 마크하고 있었다면 그림 4-7에서 D8에다 둬서 하변을 먹인 다음 G5를 먹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상대에게 흑 B8을 허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반면 백 G3의 경우 흑은 H4를 시도할 텐데 그러면 우변 채우기로 어떻게 버틸 수 있긴 하다.
§39 ~ 42수
후반부로 들어오면서 판세는 더 어두컴컴해졌다. 5행과 상변이 채워지면서 이제 우하부에 들어올 지, 아니면 우변 위쪽 부분에 착지할 지를 선택할 차례가 되었다. 여전히 나는 D8에다 둘 경우 흑에게 B8을 허용한다는 단편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H6을 대신 찍었다. 흑 D8과 H4를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림4-7에서 백 D8이 호수인 이유는 바로 ○D8G8H6H4●로 진행할 시 음대각선이 모두 백으로 잠겨서 백 G7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C7:F4] 라인도 동시에 잠겨서 흑이 B8에 못 들어온다! 이때 흑이 H7로 비집는다 해도 백 B2로 버티기를 시도하면 그나마 변 두 개쯤은 확실히 사수할 수가 있다.
§43 ~ 48수
물론 대국 당시에는 백 42수 H6이 얼마나 불리한지 분간을 하지 못했다. 흑 43수 G3 자리를 허용하고 나서야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템포를 넘기려고 우변을 굳히면서 턴을 계속 받다가 그림4-9에 이르렀다. 상대가 좌상부 X에 들어가니 나도 결국은 칸 수도 맞출 겸 해서 G2로 끼워넣었다.
§49 ~ 60수
시간은 계속 고갈나고, 잡히는 돌들이 넘쳐나자 또다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림4-10에서 그냥 G7로 마감하면 되는데, 괜히 C7, D6, E5를 먹겠답시고 B8을 찍는 바람에 상대에게 기포(G7)를 허용하고 말았다. 정작 D7, E7의 흑돌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린 채...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때도 좌표 착각을 한 것이, [B8:F4] 라인과 음대각선이 서로 교차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E5에서 만나서 F6의 흑돌을 먹을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여러 모로 앉는 자세가 문제다...
그리고 상대가 H8에 두고나서 H7로 바로 두면 되는 것을 괜히 A1로 상대에게 A2 유도를 시도하다가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B8H8A1G8●로 진행 시 백이 A2에 못 들어오기 때문. 그래서 패스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을 1번도 모자라 3번이나 내주어서 결국 19:45로 패하였다. 대국이 끝나고 알 수 없는 슬럼프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엉뚱한 수를 계속 남발한 결과는 참담했다. 확실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판의 시야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요령은 필수다. 아까 좌표 착각이라 언급한 것도 그렇고, 대회에서는 자세를 꼭 피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 속에 떠돌았다.
◎ 5라운드 ◎
●대국 상대: 김태연 초단+○
E6F4C3C4D3D6F6E7F5E3C5C6C7B5D7B4B3D8A6A5C8B8A4D2D1G5F8B6F2A2C2E2F1E1F7G3A7B2C1B1G6H6H4G1F3H5G4H3B7A3A1A8H1E8G2G8H2H7G7H8
5라운드에서는 흑을 잡고 태연님과 붙게 되었다. 18년도 명인전에 이어 두 번째 대결이었다. 프로기사 달기 전인 명인전과 인천 대회에서는 Leader's Tiger를 뒀지만 이번에는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Stephenson으로 유도하였다.
§1 ~ 19수
상대 측의 대응은 마찬가지로 No-kung이 나왔다. 제 9수는 1라운드와 같이 F5에다 두었는데, 이번에는 백 E3으로 다른 정석을 받았다. 곧이어 ●C5C6C7●로 C열을 이어붙인 뒤 백 14수로 B5로 빠져나왔는데, 여기 서 나는 견제를 받는 D7에다 두어서 턴을 넘기기로 했다.
이어서 백 16수는 B4로 들어와서 오목한 자리인 B3으로 이어붙였고, 백은 D8로 착지하였다. 여기서 좀 판단이 엇나갔는데, 그림5-2에서 좌변부는 굳이 건드릴 이유는 없었다. 백이 B6에 둔다 한들 C6과 C7의 흑돌을 동시에 뒤집어서 두기 곤란한 곳이라 사실상 흑 자유공간이다. 따라서 왼쪽은 냅두고 하변부의 C8에다 뒀으면 좋았는데, 괜히 A6을 시도한 건 좀 아쉬운 부분이다.
§20 ~ 23수
흑 C8은 좀 나중으로 가서 들어갔다. 그리고 백 B8로 하변이 채워지고 이제 좌변부를 다시 손 볼 차례가 왔다. 여기서 시도한 수는 A4인데, 이는 백에게 B6을 그냥 내주더라도 E8을 잠시 방어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묘기(?)를 부려서 흑이 미리 B6을 먹는 수도 존재했다.
▷만약 흑이 B6에 들어와서 백이 A7을 먹는다면? 흑은 좌변부를 건드리지 못하는 대신 F8로 내려올 수가 있다! 그러면 백 입장에서는 우변부나 상변부 자리가 죄다 요란한 수라 A열 중에서 고르는 수밖에 없고, 어떻게 대응하든 간에 C5의 흑돌을 이용해서 F2로 뻗어나올 수 있다.
▷백이 A7 대신 A4로 들어가면 흑은 A3으로 바로 먹으면 된다. 그러면 백이 다시 바깥 영역으로 나가는 템포가 된다.
§24 ~ 25수
물론 흑 A4 다음 수는 백 D2로, 이것 역시 백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수이다. 우상부의 백돌이 봉오리 모양으로 뭉치기 때문. 나는 B6 자리를 침투 및 방어하고자 D1로 찔러 넣었다.
§26 ~ 27수
이어지는 백 26수는 G5로 그림5-5와 같이 만들어졌다. 이때 한 가지 생각이 바뀌었는데, 이 시점에서는 D6 자리가 흑돌이라 백 B6이 아까보다 악화된 상태다. 백이 B6에 들어오면 E6 자리도 흑돌이 되기 때문. 따라서 원래는 B6에다 질러보려고 했지만 저 시점에서는 일단 F8에다가 둬서 백 B6과 F7을 두기 좀 곤란하게 만들고자 했다.
§28 ~ 29수
그리고 실제로 그 그림이 통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바로 F7에 비집고 들어가야 했는데, 또 딴 생각을 하고 만다. '어차피 백은 F7에 두기 좀 꺼려질 텐데' 하면서 이 자리를 급한 곳으로 여기지 않은 것. 사실 우상부는 흑 자유공간이라 건드릴 필요가 없었는데, 괜한 복잡한 셈이 판단을 미끄러지게 만들었다.
§30 ~ 33수
백이 A2로 받자 B3 자리가 백돌이 되었다. 그래서 일단 C2로 턴을 받았고 곧이어 E2에 백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 실수를 범한 것이, 저 상황에서 F1에다 두면 상대는 E1에 들어올 수 있고, 나아가 백 G3을 또 허용하게 되어 제압 실패로 돌아간다. F7에 딱 들어갔으면 그래도 수 통제가 잘 되었을 텐데, G3을 간과한 것이 흠이었다.
§34 ~ 37수
뒤늦게나마 F7에다 두기는 했지만 결국 백 G3을 내주면서 템포가 흑으로 넘어왔다. 어차피 그림5-8에서 우변부는 백돌로 굳어져 있기에 이곳에 들어갈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대신 좌변부에 남아있던 여유수인 A7을 두기로 했다.
§38 ~ 41수
결국 상대 측의 선택지는 좌상부밖에 없게 되어 B2에 백이 들어왔고, 곧이어 음대각선을 자르고자 C1을 질렀다. 그렇게 그림5-9와 같이 상변이 채워졌다. 이 상황에서 굳이 A1에다 둘 이유는 없고, 마침 [B1:F5] 라인이 전부 백으로 잠겨서 G6에다 무난하게 착수할 수 있었다.
§42 ~ 45수
그렇게 되면 백은 H6으로 6행을 채우게 된다. 이 상황에서 내가 고른 수는 H4였으나, 사실 H4나 G4보다는 F3을 찌르는 수가 그나마 나았다. 만약 F3에다 둔다면…
▷백이 G4에다 두면 흑은 H5에 들어가면 된다. 그러면 F6과 G5의 백돌이 모두 흑으로 뒤집어져서, 이때 백이 H4를 시도하면 D7 자리가 백으로 변한다. 따라서 흑 E8로 공격할 자리가 생긴다.
▷백이 G1로 변을 빼면 마찬가지로 H5가 최선이다. 역시 백이 H4가 괴로운 자리가 되기 때문. 그렇다고 백이 G4를 시도하면 흑은 H7로 빼내면 된다. 그러면 역시 백은 H4를 건드릴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실전에서는 이 시나리오를 내다보지는 못했고, 단지 ●H4H5H7● 진행 시 우변을 마감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H4를 시도한 것이다.
아쉬운 순간은 또 있었다. 상대 측이 G1로 턴을 넘기니 이제 다시 우변부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이 순간에라도 [D7:G4]로 이어지는 가닥을 고려해서 G4에다 두는 것이 좋았다. 반면 실전에서 둔 흑 F3은 아까와는 달리 칸 수가 적어진 상태에서 그저 F5를 흑으로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닥 만족스러운 곳은 아니다.
§46 ~ 49수
흑 F3 다음 수는 백 H5로, 여기서 일단 우변부를 채워보기로 하였다. 그림5-12와 같이 구도가 바뀌었는데, 이때 E8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당시 나는 하변을 먹이고 X를 찌르는 건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B7에 들어가는 판단 미스를 일으켰다.
B7이 최선이 아닌 이유는 ●B7G7H8G8○로 진행 시 백 입장에서 우변을 희생하더라도 하변의 E8에 흑이 못 들어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흑이 미리 ●E8G8B7●로 유도한다면 백은 G7에 들어오기 곤란해지고 결국 A3밖에는 둘 곳이 없어진다. 양대각선을 잠그더라도 한 수 더 살피고 들어가야 했던 부분이다.
§50 ~ 60수
흑 49수로 양대각선을 채운 뒤 백은 A3으로 대응했고, 이후 좌변과 상변, 우변을 채워나가서 41:23으로 승리하였다. 중반과 후반에서 판세가 뒤집어지는 순간이 여럿 있었던 만큼 이번 판도 점검을 꼼꼼히 할 필요를 느꼈다.
5라운드가 끝나고 두 판 남은 상황. 부전승은 이미 아침에 하였으니 이제 남은 시간 끝까지 버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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