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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읽기: no-kung.tistory.com/43
4부 읽기: no-kung.tistory.com/45

◎ 2라운드 ◎
●대국 상대: 박종현 아마7단○

E6F4C3C4F3D6F5E3D2G5G4E2F6D3C2D1C5H4C6G3F1F2H5H6H3G6C1H2E1F7G1E7D7C8E8C7G7B6D8B5B4A4B3A2A3B2F8H8H7G8H1B1A5A6A1G2A7B7A8B8

2라운드에서는 박종현님과 붙게 되었다. 2018년 명인전에 이은 두 번째 매치로, 당시에는 백을 잡다가 이번 판에서 흑을 잡고 들어간다. 백이 수직 오프닝으로 갈 때, 지난번에는 Leader's Tiger와 Stephenson을 준비해갔지만 이번에는 Shrimp로 비교적 낯선 길을 택했다.

§1 ~ 13수

그림2-1 = ●E6F4C3C4F3+D6F5E3D2●: 5수까지가 Shrimp이다.

흑이 Shrimp로 진행할 경우 백은 플러스를 잡고 들어간다. 그림2-1은 이 오프닝에서 종종 나오는 모양으로, 저기서 백은 E2, G5, G6 중 하나를 많이 고른다. 실제 대국에서는 백10수로 G5에 들어갔다.

그림2-2 = 그림2-1 + ○G5G4E2○


G5는 오델로 퀘스트에서 많이 접해보지 않은 곳이라 최선 진행을 잘 숙지하지 않은 상태였다. 흑11수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다음 차례에서 좀 아리까리한 부분이 있었다. 그림2-2에서 흑이 고를 자리는 D3과 F6이다. 이때 ●D3F6H6●이나 ●D3F2E1●과 같이 진행하면 안정적인 모양으로 진행할 수 있었지만 상대 수 이후의 대응을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하였다. 한편 실전에서 고른 길은 ●F6D3C2●를 노리고 있었는데, 판단 착오는 그 다음 진행에서 일어났다.

§13 ~ 17수

그림2-3 = 그림2-2 + ●F6D3C2D1○

전 단계에서 구상한 길대로 지나가고 백16수로 D1에 들어왔다. 그러면 좌상부에 흑돌 두 개가 떨어져 나가는데, 이 부분을 손 봐야 백의 호수를 견제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수를 내다보는 안목이 부족했던 것일까. 나는 C1이라는 좋은 자리를 보지 못하고 C5에 두었다. C5를 고른 이유는 일단 백이 C6에 바로 들어오지 못하니까. 하지만 백이 만약 H4와 같은 자리로 침투해 간다면 좀 곤란해지는데, 이는 다음 장면에서 드러난다.

한편 C1이 호수인 이유는 백 F2에 대응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2-3에서 ●C1F2F1●로 둔다면, 백은 E1에 못 들어온다. 따라서 상변에서 템포의 주도권을 내 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다음 수의 모양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은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18 ~ 19수

그림2-4 = 그림2-3 + ●C5H4○

전 단계의 결정이 아쉬운 이유는 바로 내가 C6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2-4와 같은 상황에서 흑은 G3과 C6 중 어디를 골라야 할까? 실전에서 나는 C6을 택했지만 정답은 G3이다. 만약 백 개방도가 1인 C6을 흑이 선수 치면 백은 G3으로 대응할 수 있고, 템포는 흑 차례로 넘어온다.

이때 각 진영의 벽이 너무 두껍다! 무슨 뜻인가 하면 그림에서 흑 표면은 백 표면보다 중앙에 모여 있기에 여유공간은 백이 더 넓다. 따라서 이 경우 각 진영마다 상대쪽 돌을 남기는 쪽으로 진행해야 한다. 만약 반대로 흑 표면이 변두리에 있었다면 벽 메우기 전략이 오히려 좋을 지도 모른다.

사실 C6이 판단 착오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백 G6 자리를 호화(악화의 반대), 즉 고요한 수를 제공하고 만다. 만약 ●C6G6G3F2○와 같이 진행한다면, 마찬가지로 벽은 두꺼워진 채 흑에게 차례가 넘어온다.

§19 ~ 25수

그림2-5 = 그림2-4 + ●C6G3F1F2H5H6○

상황이 기울자 나는 먼저 F1에 착지하고 상대 수의 대응을 보기로 했다. 백22수는 아마 E1이나 F2가 될 듯한데, 백F2로 대응하게 된다. 그 다음 흑을 H5에 착지하고 봤더니 우변은 H6까지 굳어져 그림2-5까지 오게 되었다.

상변을 보아하니 E1 자리는 백돌 네 개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면 흑이 C1에 들어와서 백이 E1에 채우지 못하게 한다면 위기를 좀 넘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생각으로 흑25수는 H3으로 결정하였다. 혹시 상대 측은 H2로 받게 될까?

§26 ~ 29수

그림2-6 = 그림2-5 + ●H3H6C1H2○

백26수의 대응은 G6이었다. 그러면 나는 H7로 우변을 흑으로 굳혀도 되지만 굳이 불안정 변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아까 생각한 대로 흑27수를 C1에다 두고, 백이 B1과 H2 중 어디에 두는지 보기로 했다. 그 결과 그림2-6과 같이 H2에 들어왔고, 이제 이 상황에서 흑이 둘 자리는 E1 말고는 없다.

§30 ~ 31수

그림2-7 = 그림2-6 + ●E1F7○

템포를 백으로 넘기고 나서 이제 백이 둘 자리는 흑 표면으로 둘러싸인 영역이다. 보통 이 경우 백돌이 조금이라도 드러난 부분인 우하부에서 돌을 빼거나, X 찌르기로 턴응 넘긴다. 실제 대국에서도 F7로 돌이 빠져나왔다.

그렇다면 그림2-7에서 나는 G1이나 F8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된다. 이때 E7은 흑은 못 들어오고 백은 둘 수 있는 자리인데, ●F8E7○로 진행한다면 흑 D7은 요란한 수가 되어버리고 D8은 여전히 못 둔다. 따라서 이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G1에다 두는 수밖에 없다.

§32 ~ 35수

그림2-8 = 그림2-7 + ●G1E7D7C8○

흑이 상변을 마저 먹고 나니 백돌은 E7로 붙어서 빠져나왔다. 그러면 나는 흑 D7로 붙이기 좋은 구조가 된다. 그 다음 백34수는 C8로 하변에 착지하는 수였다.

그림2-8에서 흑 최선수는 G7이다. 물론 이 경우 백은 C7에 들어올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G8로 대응하면 된다. 그런데 나는 당시에 이런 경로를 보지 못한게 흠이었다. 만약 우하부가 5칸이었다면 (즉 D8, E8이 백돌로 채워져 있었다면) 고민 없이 G7에다 뒀을 텐데, 7칸인 경우는 템포를 처리하는 요령을 미처 몰랐다.

한편 실전에서 고른 E8이 나쁜 자리인 이유는 백에게 B4나 B5를 좋은 수, 즉 한 가닥 수를 제공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흑이 둘 자리는 F8이나 좌변부 중에서 찾아야 한다. 사실 나는 저때 상대 측이 ●E8C7○로 대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쪽으로 나아가기는 했다.

§36 ~ 41수

그림2-9 = 그림2-8 + ●E8C7○

그림2-9에서는 이전 장면과는 달리 하변부도 적절하게 대응하기 곤란해지고, G7만이 유일한 수임을 직감하게 된다. 이미 C7이 소모가 된 상태에서 별 다른 고민 없이 X를 찌르고 턴을 넘겼다.

그림2-10 = 그림2-9 + ●G7B6○

그 다음 진행은 좌변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상대 측은 백을 최대한 붙이는 방향으로 전개하면서 B6에다 두었다. 나는 흑39수를 B5에 바로 붙이면 백에게 D8을 허용하기에, 그냥 D8을 먼저 먹기로 했다. 그러면 백돌은 B5까지 굳어진다. 그림2-10에서 좌하부는 백돌로 쌓였고, 이제 흑은 B4 자리를 무난하게 둘 수 있다.

§42 ~ 49수

그림2-11 = 그림2-10 + ●B4A4B3A2○

다음 진행은 좌상부에서 이루어졌다. 좌변에도 백돌이 들어오고 흑 B3 다음에는 백이 A2에 두었다. 이 수는 흑에게 A3을 두게 유도하는 것인데, 백이 A3에다 두지 않은 이유는 바로 흑 B2로 음대각선이 잠기는 걸 막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흑이 A1을 먹는가 해도 백은 B1로 끼워넣기 할 수가 있어서 손해 보는 수는 아니다.

어쨌든 그림2-11까지 오고 나서는 좌상부나 우하부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우하부는 4칸으로 채워져 있어서 먼저 들어갈 이유를 느찌지 못했다. 따라서 A3을 골랐다. 어차피 좌하부는 백돌로 표면을 두르고 있기에 딱히 B8에다 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판단이 다음 차례에서 좀 미끄러지게 만들고 만다)

 

그림2-12 = 그림2-11 + ●A3B2F8H8○

막상 흑 A3에다 두고 백이 B2에다 두고 나니 다시 아래쪽을 건드려야 한다. 결국 아까 셈했던 것은 조삼모사에 불과했다. 나는 어떻게든 좌하부를 건드리지 않고 나머지를 채우겠다는 생각에 F8을 질렀고, 상대 측의 대응은 H8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탓인가. 그림2-12에서 최선수는 B8이다. 하지만 나는 하변 중 [C8:H8]까지는 희생할지언정 전체 구간인 [A8:H8]을 던지는 게 싫어서 H7을 찍는다. 패리티를 생각한다면 좌하부를 살짝 깨뜨리고 들어가는 게 맞는데, 이런 단순한 판단도 하지 못한 건 이번 판의 흠이다.

만약 B8에다 두어서 상대에게 G8을 강제하고, 흑이 H7을 나중에 대응한다면? 그러면 7행은 [C7:H7] 구간이 흑돌로 잠기고, 그 결과 상대는 B7에 못 들어온다! 나아가 ●B8G8H7A8B7●로 진행한다 치면 백이 좌하부에 둘 자리는 A6밖에 없어져서, 패리티는 흑이 주도하게 된다. 나는 복기를 하고 나서 하변이 이미 상대에게 넘어간 상태(=사변)임을 깨닫고, 이 경우 B8로 "변 빼기"를 해서 패리티를 가져오는 전략을 터득하게 된다.

§50 ~ 60수

그림2-13 = 그림2-12 + ●H7G8H1B1A5A6A1G2A7B7A8B8○

흑49수로 H7에 들어오고 난 후 엔딩은 패스가 없는 전형적인 주고받기 형태로 이루어졌다. 패리티를 백에게 허용한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특히 [G3:G8] 라인이 백돌로 굳어져서 흑이 G2에 건드리지 못하는 구조였고, 하는 수 없이 우변, 상변, 좌변 및 양대각선을 차례대로 먹으면서 대국을 끝마쳤다.

결과는 ●34:30○으로 승. 음료수 한 모금 마시고 3라운드를 기다린다.

 


◎ 3라운드 ◎
●대국 상대: 이춘애 2단○

E6F6F5D6C3G4C6F4E7C5G5F3C4D3E2D1E3G3G6D7F7E8F2H6E1B6F8C7D8B5B4C8B8G7C1A3A6A5H5G8H8H7B7C2D2H3H4F1G1G2H1H2B1B2A1A2A4B3A7A8

3라운드는 바로 전판과 마찬가지로 흑을 잡았다. 대국 상대는 하야님(이춘애 2단)으로, 이번이 첫 매치이다. 오델로 퀘스트에서 백을 대각 오프닝 위주로 진행하시기에 나는 준비해둔 오프닝인 Buffalo로 나아간다.

§1 ~ 13수

그림3-1 = ●E6F6F5D6C3G4C6+F4E7C5○:

Buffalo/Kenichi Variation의 갈림길 중 하나인 Maruoka Buffalo가 나왔다. 이 길에서는 백8수로 F4로 붙인 다음에 흑이 E7로 돌을 빼는데, 제10수부터 모르는 길로 전개되었다. 그림3-1에서 정석은 D7이지만 내가 고른 수는 G5였다.

흑11수로 D7을 고른다면 백의 대응은 C7 혹은 D8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두 경우 흑은 B4로 돌을 빼내면 된다. C3, D4, C5, B4와 같이 마름모로 모이는 구조는 초반 진행에서 종종 나오는 모양이다.

한편 실전에서 G5를 고른 의도는 G6을 다음 턴에 두기 위함이었다. 백은 G6 자리가 악화되기에 나는 다음 턴에 이곳을 이엉서 붙일 수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3-2 = 그림3-1 + ●G5F3○

하지만 그건 판단착오였다. 백 입장에서 흑 G6을 견제하는 방법으로 방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3-2와 같이 백이 F3에 두어서 E4 자리를 백돌로 바꾸면, 흑은 G6에 못 들어온다. 이 그림을 마주하고 나서, 일단은 우변부는 잠시 제껴두고 좌변부를 손 보겠다는 생각으로 C4를 찍었다.

§14 ~ 17수

그림3-3 = 그림3-2 + ●C4D3E2D1○

백14수의 대응은 D3으로, D열을 백돌로 굳어지게 하는 수이다. 일단 흑15수는 D2나 D7에다 두지 못하므로 옆자리인 E2에다 두었고, 백은 D1에 들어오면서 그림3-3과 같이 그려졌다.

저 구도에서 나는 E3을 골랐지만 생각해보면 D7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E3은 백이 당장 들어오지 않는 자리라서 급하게 둘 필요는 없고, 흑이 먼저 건드리면 F4 자리가 흑돌이 되어서 백에게 G3을 허용하게 된다.

반면 흑이 D7을 고르고 백이 우변부를 건드려서 G5가 백돌이 된다? 그러면 흑은 E3으로 받기 좋게 된다. 그나마 백이 둘만한 자리는 C7과 F7인데, 그러면 하변부에 백돌이 노출되는 효과가 일어난다.

§18 ~ 23수

그림3-4 = 그림3-3 + ●E3G3G6D7F7E8○

물론 흑17수로 E3을 고른 후 판이 크게 기우는 기세는 나오지 않았다. 제18수부터 21수까지는 개방도 1, 2짜리 수로 주고 받았고, 백22수는 E8로 하변에 착지하였다. 그러면 그림3-4에서 흑은 F2나 F8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세로 가닥으로 뒤집는 F2를 택하였다.

§24 ~ 27수

그림3-5 = 그림3-4 + ●F2H6E1B6○

이어서 백은 H6으로 우변에도 착지해서 들어왔다. 마침 상변에는 D1 자리만 채워져 있기에 나는 E1로 붙여보기로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F1로 받지 않고 B6으로 빠져나왔다. F1을 기대했던 이유는 바로 그 상황에서 H4를 부담 없이 둘 수 있기 때문.

그림3-5에서 하변을 어떻게 손 봐야 하는데, F7의 흑돌이 하나 남겨져 있어서 백이 템포를 넘기기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F8을 선수 친다는 생각으로 그곳에 두었지만, 가만 보니 C8이 좀 더 좋은 대응이 되지 않았나 싶다. ●C8C7○의 경우 상변의 C1을 먹어서 턴을 넘겨주면 그만이고, ●C8D8○로 나오면 그때 F8에다 두어 하변을 먹으면 된다.

§28 ~ 31수

그림3-6 = 그림3-5 + ●F8C7D8B5○

제27수부터 29수까지는 하변부를 채우는 과정이었고, 이어서 백30수는 C8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실제로는 B5로 나왔다. 그림3-6을 보아하니 백은 좌변부를 이어서 채우기 딱 좋은 형태가 나왔기에, 이번 턴은 B4로 받기로 했다.

§32 ~ 35수

그림3-7 = 그림3-6 + ●B4C8B8G7○

곧이어 백의 진행은 하변을 먹이고 우하부의 X찌르기로 들어가기로 나아갔다. 이제 하변부는 신경 쓸 이유가 없어졌고, 위쪽 영역에서 손을 봐야 한다. 좌변부나 우변부에서는 변접선 부분의 백돌을 반드시 하나 이상 뒤집기에 백의 좋은 수를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까 보류해 두었던 C1 자리를 굳히고 보기로 했다.

§36 ~ 39수

그림3-8 = 그림3-7 + ●C1A3○

백36수는 A3으로 좌변에 착지하는 수이다. 여기서 나는 돌을 하나만 뒤집는 A4를 골랐지만 지금 보면 B7이 최선이다!

흑이 B7을 두고 나면 백은 양대각선을 반드시 잘라야 A8을 차지할 수 있다. 어차피 흑이 먼저 H8에다 두면 하변은 백에게 던지는 꼴이 되는데, 하변을 포기한다는 생각으로 백의 표면을 더 굳히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 하다. 흑 B7 다음에 백은 H4, H5나 D2에다 두기 거북하다. G5 자리가 백돌이 되기 때문. 그나마 건드릴 곳이 F1, B3, C2 인데 셋 다 요란한 수가 되어서 흑의 여유수를 어떻게 굴려볼 수가 있다.

그림3-9 = 그림3-8 + ●A6A5○

B7에 미련이 남는 이유는 다음 턴에서도 다가온 절호의 찬스를 날려먹었기 대문이다. 그림3-9는 그림3-8과는 달리 X를 찌를 명분이 더 커져 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하변을 포기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헛발질에 갇혔는지, 계속 제껴두었던 우변 중 H5를 찍었다. 하다 못해 ●H8G8B7●을 시도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

§40 ~ 43수

그림3-10 = 그림3-9 + ●H5G8H8H7○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다음 차례에서는 B7을 두게 된다. 일단 상대 측에서는 우하부의 H7을 '끼워넣기'한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래서 나도 좌하부의 패리티를 맞춰야 겠다는 생각으로 X찌르기를 시도한 것이다.

§44 ~ 51수

그림3-11 = 그림3-10 + ●G7C2D2H3H4F1G1G2○

이어서 상변부에 돌이 차례대로 채워지고 그림3-11에 다다랐다. 나는 B1을 둘 수 있게 하려고 H1을 먼저 두었는데, 사실 이 시도는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A4를 먼저 손봤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이 실책은 다음 장면에서 되풀이하고 만다.

흑이 A4에 두고 백은 A7에 두기 매우 곤란하며, A8 대응 시 흑이 A7에 끼워넣기를 해서 좌변의 흑돌을 보호할 수 있다. ●A4B3H1H2B1B2○ 진행 후에는 2행이 백돌로 전부 굳어져서, 이 라인을 이용해 패스를 유도할 수 있다.

§52 ~ 60수

그림3-12 = 그림3-11 + ●H1H2B1B2○

앞서 살펴본 논리는 그림3-12에서도 성립한다. 이 시점에서도 A4에다 두는 것이 맞는 것이, 백이 B3이나 A8 중 어디로 받든 간에 흑은 A2를 안전하게 둘 수 있다. 백 A8의 경우 G7의 흑돌이 백으로 뒤집어져서, A7은 흑 여유수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본인은 이 구조물을 '소라굴'이라 부른다)

하지만 정작 나는 백 A8 이후의 패스 유도를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좌변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먹겠다는 생각으로 A1을 지르고 들어갔는데 이건 큰 실책이었다.

그림3-13 = 그림3-12 + ●A1A2○

그리고 어이 털리는 실수를 바로 다음 턴에서도 저지르고 만다. 그림3-13에서는 B3이 최선이다. 나는 좌변을 먹는다는 생각 하나에 갇혀서 노 타임으로 A4에 두었는데, 나는 여기서 돌득실을 제대로 셈하지 않은 것이다. "3행은 그냥 희생하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흑 B3의 경우 백이 A4에 둔다고 하면 C6자리가 백돌이 되어서, 양대각선 중 D5, F3의 흑 두 점을 보호할 수 있고, B2, C2의 백돌을 추가로 먹을 수 있다. 물론 4행은 백에게 희생해야 한다. 그래도 전체 실익을 따지면 이쪽이 유리하고, 승리는 놓칠 지언정 무승부라도 사수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림3-14 = 그림3-13 + ●A4B3A7A8○

이번 대회의 심판이신 협회장님께서 대국이 끝나자마자 판 위에서 복기해 보자고 하셨다. 스코어 시트에 적힌 숫자 순으로 판을 리플레이 해보는데, 엔딩에서 제55수~60수의 최선 진행에 대해 피드백을 주셨다. 바로 위에서 적어둔 그 글대로. 흑이 패리티를 사수하는 방법을 그 자리서 깨달은 나는 그야말로 아연실색이었다. 옆에서 대회 구경 오신 레미님(이광욱 9단)께서 "연습 제대로 안 했구만!" 하고 맞장구 치신 건 덤.

어쩌겠는가. 3라운드가 끝나면 이제 점심 먹으러 가는 것밖에 더 있겠는가. 요 날에는 저번에 갔던 중국집이 아닌 거리가 좀 되는 식당에서 정식을 먹었다. 병역과 논산 이야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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