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명: 제 28회 전국 오델로 선수권대회
일시: 2019년 5월 5일 일요일
진행 시간: 10:00 ~ 17:00
장소: 서울 영등포구 자스민기원
참가자 수: 8명
라운드 수: 스위스방식 7라운드
플레이어 제한시간: 20분
Live Othello: https://www.liveothello.com/livegames.php?TournamentID=447

2019년 3월 18일 오델로 협회 밴드에서 선수권대회 날짜 투표가 올라왔다. 5월 첫째 주 또는 둘째 주 중에서 고르는데, 마침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나란히 일요일이고 어린이날 다음날은 대체 공휴일이었다. 일단 나는 토요일인 4일과 11일에 넣었지만 투표 결과 어린이날로 결정되었다. 물론 딱히 상관 없다. 어차피 학사과정은 다 끝나서 바쁜 시기는 사실상 전무했다.

선수권대회는 봄에 열리는 국내 대회로, 2019년까지는 5월에 정기적으로 열리다가 이제는 3월이나 4월로 앞당겨질 것이다. 물론 지금 이 후기를 쓰는 시점은 코로나19가 아직도 끝장나지 않아서 새 일정은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다.

한편 나는 4월 하순에 병무청으로부터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5월 30일로 확정됨에 따라 이 대회는 입영 전에 치르는 마지막 대회가 된다. 물론 대체복무라서 여름이나 가을에 열리는 명인전에도 계속 나올 수는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선수권대회 참가자는 나를 포함해서 8명이 되었다. 이 대회는 총 7라운드를 진행하기에 풀 리그가 확정된 셈이다. 지난 왕중왕전이나 2018년도 명인전, 인천 대회에서는 라운드 수보다 대진 상대 수가 많아서 대국 없이 패스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대회는 그렇지 않다. 모든 상대가 만날 가능성 100%가 된 셈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스위스 방식으로 진행한다. 굳이 번호를 지정해서 대진표를 미리 짜 놓지는 않는다. 원래 이런 대회는 다음 라운드 5분 전까지 다음 상대를 모르는 채로 대기하는 재미(?)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대회에는 부전승 없이 7라운드 모두 들어갔고, 기보가 다 있는 관계로 7판 모두 작성.

◎ 1라운드 ◎
○대국 상대: 김관윤 8단●

C4E3F3C5D3B4B5C3D6F4E6E2D2E1F1F5C6B6G6G5C1G1C2C7D7E7A4A3A5F2A2A6A7B3F6F7D8H5E8F8G4G3G8B8H4H3H7B7B2H6D1A1A8C8B1H8G7H1G2H2

1라운드로는 처음으로 백을 잡고 들어갔다. 대진 상대는 리치님(김관윤 8단)으로, 작년 명인전과 인천 대회에서 이미 매치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도 백번이었는데, 이번 매치도 마찬가지다. 일단 이번 대회는 평소대로 수직 오프닝이다. 그렇다면 첫 대국에서는 Stephenson, 인천 대회 때는 Rabbit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길일까?

§1 ~ 12수

그림1-1 = ●C4E3F3+FC5D3B4○: 제3수까지가 Wild Rabbit이다.

둘 중 하나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Wild Rabbit으로 나왔다. 오프라인에서는 처음 접하는 길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오델로 퀘스트에서 최선 대응 3수를 알고 있었기에, 그림1-1과 같이 돌을 뭉쳤다.

그림1-2=그림1-1 + ●B5C3D6F4E6●

여기서부터 대국 페이스가 느려지고 본격적인 수 읽기에 들어간다. 먼저 그림1-1에서 내게 익숙한 수는 흑이 E6에다 두는 것인데, 실제 진행에서 흑7수는 B5로 붙였다. 이 진행은 생소한 경로라 백8수를 C3으로 대응하였다. 그 다음 흑이 중앙에서 아래로 내려와서 돌을 확장했고, 백의 경우 F4로 들어간 뒤 다음 차례에서 상변부에 주목했다.

그림1-2에서 백12수를 F5에 둔다면 흑에게 C6자리를 내주고, 그렇다고 백이 F6으로 한 칸 벌려도 그 다음 턴에 B5를 이어서 먹는 메리트가 나오지는 않는다. A5와 같이 뭉쳐진 돌을 수직으로 내려가는 수도 있지만, 나는 이때 변접선 영역에서 버티는 경우인 D2와 E2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둘 중 대각선 방향 한 가닥만 뒤집는 E2를 골랐다.

§13 ~ 16수

그림1-3=그림1-2 + ○E2D2E1F1●

이어서 흑은 바로 옆자리인 D2로 붙여왔다. 그러면 백은 G4, F2, E1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이 시점에서는 판세의 차이가 눈에 잘 안 들어와서 E1을 찍고 보기로 했다. 흑 F2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흑 F2를 선수로 두는 방법도 있지만 돌을 많이 뒤집고 싶지는 않았기에 피했다.

바로 다음 턴에서 초중반 판단 착오가 하나 나왔다. 흑15수는 F1에 들어왔는데, 그림1-3에서 그나마 두기 좋은 자리는 F2였다. 하지만 나는 10수 째에서 제겨 두었던 F5에다 두었는데, 흑에게 C6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G1의 경우 상변이 불안정해지는 모양이라 두고 싶지는 않았다.)

이때 나는 F5 말고는 달리 대응할 자리가 안 보였고 백 B6이나 A5는 좌변부가 백돌로 돌출되는 모양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백 F2의 특징은 좀 더 파악해야 했다. 백16수로 F2에 두었다면, 이는 흑 B5를 악화할 수 있을 뿐더러 다음 턴에 백 C6을 만들 수가 있다. 물론 ○F2G4●로 대응이 된다 해도 백은 H4로 이어붙이면, 적어도 흑에게 고요한 수를 내주지는 않는다.

§17 ~ 18수

그림1-4 = 그림1-3 + ○F5C6●

물론 백16수 F5라고 해서 판세가 크게 불리해지지는 않는다. 그림1-4에서 백은 B6이나 C2 중에서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F7로 가닥을 빼서 흑F6을 견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착오를 일으킨 것이, 백C2를 두면 흑 C1을 견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일단 백18수로 B5에다 두어 선수를 취하기는 했지만, 흑 C1이 견제 대상인 이유는 다음 턴에서야 깨닫게 된다.

만약 백 C2 다음에 흑이 B6을 먹는다면, 백은 A6으로 접붙이기를 시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1-4 시점에서 ○C2B6●은 파악했지만 ○C2B6A6○은 내다보지 못하는 바람에 최적의 대응을 간과한 셈이다.

§19 ~ 24수

그림1-5 = 그림1-4 + ○B6G6G5C1●

흑19수와 백20수는 우변부에서 각각 두어졌고, 흑21수인 C1에 들어오고 나서 백18수의 잘못된 점을 알아차렸다. 그림1-5에서 백이 D1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끼워넣기가 안 되는 데다 저걸 그냥 넘기면 상대에게 템포를 또 내주게 된다. 결국 하는 수 없이 G1에다 대응을 하고 판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림1-6 = 그림1-5 + ○G1C2●

흑23수의 대응은 C2로 들어가는 수였다. 그림1-6에서 B3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라 다른 지역을 손 봐야 한다.

F2의 경우 상대 측에 F6 자리를 호화(악화의 반대)하게 되므로 두기 거북하다. D7이나 E7은 백이 다음에 B3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지만 두 가닥을 뒤집는 것이 신경 쓰였다. (물론 그걸 감안하더라도 ○E7D7● 진행 시 안정적인 진행이 되기는 하다.) 그렇게 해서 나머지 선택지인 C7을 시도하였다.

§25 ~ 26수

그림1-7 = 그림1-6 + ○C7D7●

하지만 백 C7은 다음 수를 내다보지 않고 느낌 가는 대로 찍는 판단 착오였다. 그림1-6에서는 그림1-5와 달리 백 E7이 악수가 되어 버린다. 이때 나는 하변을 내려다보지 않고 B3에만 시선이 쏠려 있었는데, 이렇게 될 거니와 차라리 전 턴에 바로 E7을 둬야 했다.

물론 저 상황에서 F6에다 비집고 들어가도 되지만, ○F6E7● 진행 이후 하변을 손 보는 단계를 미처 내다보지는 못했다. 

§27 ~ 32수

그림1-8 = 그림1-7 + ○E7A4A3A5F2A2●

사실 백이 B3을 먼저 노리는 건 판 진행에서 중요한 선택인 것이, 흑이 좌변(A열)에 들어올 때 가닥 수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 반면 실전에서는 백이 이런 빌드업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 흑의 버티기를 허용하게 된다. 그렇게 좌변에 돌이 채워지고, 백30수로 F2를 시도했더니 그림1-8과 같이 흑돌이 A2까지 굳어갔다.

여기서 엔테스트나 시맥스에서는 B7을 최선수로 찍어주지만 내게는 그런 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토너 트랩이 성립하지 않을 뿐더러 B7 다음의 대응은 외나무다리 타기가 될 것 같으니.

대신 좀 더 단순한 생각으로, 흑이 A6을 마저 채우기 전에 백이 선수 치고, 그 다음 ●A7B3○으로 턴을 넘기는 것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 A6을 택했다.

§33 ~ 38수

그림1-9 = 그림1-8 + ○A6A7B3F6F7D8●

예상했던 대로 32, 33, 34수는 ○A6A7B3○으로 진행되었고, 흑35수로 F6에 채워 들어오고, 나는 F7로 이어서 대응했다. 문제는 그 다음 턴이었다. 흑37수는 D8인데, 그림1-9에서 백은 하변이나 우변 중에서 영역을 골라야 한다.

일단 실전에서는 H5를 골랐다. E8은 상대 측에 F8 및 G8을 허용하는 모양새라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이게 최선수다? 인공지능은 아래와 같이 세 가지 경로를 안내한다.

▷ ○E8F8H6G4H5H4G7○: 흑이 +10을 유지하는 경로. 우변부를 일부 채우다가 백이 X를 찌르는 방법인데, 이렇게 되면 음대각선은 C3을 제외하고 바로 잘리지는 않는다.
▷ ○E8F8H6H4G7G4H5○: 흑이 +6으로 선회하는 길. 마찬가지로 백의 음대각선 중간 부분이 잘리지 않는다.
▷ ○E8F8H6G8B8○: 흑이 +8로 진행하는 길. 이 경우 우변부가 백돌로 둘러싸이지만 흑에게 템포를 넘겨주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당시 대국 중에는 이런 시나리오를 일일이 체크할 자신이 없었다. 단지 F열이 백돌로 굳게 뻗어 있는 모양새에 선입견을 받아 우변을 건드릴 생각 밖에 없었고, H5를 시도하였다. E8은 그냥 버리는 자리 취급하고서…

$39 ~ 42수

그림1-10 = 그림1-9 + ○H5E8F8G4●

아마 상대 측에서도 "백이 E8을 피한다"는 경로를 염두에 둔 참이었는지 흑39수가 E8에 들어갔다. 이어 백40수는 F8로 붙였고, 그 다음 흑이 G4로 영역을 건드렸다.

여기서 나는 C8로 하변을 마감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은 좌하부를 자유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G3의 경우 우상부를 백돌로 덮어버리지만, 다음 수에 흑돌이 다시 건드리거나, G8로 불안정 변을 시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42수는 G3으로 결정했다. 과연 상대 측의 대응은?

$43 ~ 48수

그림1-11 = 그림1-10 + ○G3G8B8H4H3H7●

흑의 대응은 G8로 이어붙이는 수였다. 우상부가 백돌로 막힌 이상 나는 B8에다 두어 템포를 넘기고 보기로 했다. 이후 우변이 채워지고, 흑47수는 H6과 H7 중에서 하나일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H7에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그림1-11에서 백48수의 최선수는 C8이다. 나는 애써 견제를 한 하변과 좌변을 통째로 넘기는 게 싫어서 B7을 두고 보려고 했다. 그나저나 AI는 왜 C8을 최선수라 계산을 한 것일까? ○C8A8B7B2●로 진행 시 A열은 물론 B열마저 빼앗기고 마는데. 이 부분은 다음 장면에서 깨닫게 된다.

$49 ~ 52수

그림1-12 = 그림1-11 + ○B7B2H6D1●

양쪽이 서로 X 찌르기로 템포를 교환하고 보니, 먼저 양대각선의 경우 A1을 내주고 C8을 끼워넣을 생각이 들어서 좌하부는 그냥 지나쳤다. 반면 음대각선은 B2부터 F6까지 흑돌로 이어져 있었는데, 여기서 백50수로 H6에다 두면 당연히 흑은 H2로 방어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상대 측은 우변을 방어하지 않고 D1에다 두었다! 지금 보면 좌상부 패리티 맞추기로 둔다는 의미로 이해가 되지만, 당시에는 일명 '맞불' 전략을 전혀 모르던 때라 매우 당황스러운 수였다. 더욱이 시간에 쫓겨서 어느 변부터 먹어야 할 지 판단이 멈춰버린 상태. 여기서 크나큰 삽질을 하게 된다.

나는 부랴부랴 아까 목표했던 A1을 먹고 들어가려 했는데, 이는 다음 장면에서 판이 무너지고 만다.

그림1-12b = 그림1-11 + ○C8A8B7B2H6○: 백 최선 진행 시

반면 그림1-11에서 C8을 먹고 들어가고 마찬가지로 우변을 공격한다면 그림1-12b와 같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 그림1-11이나 그림1-12와는 달리 G4 자리가 백돌로 바뀌어서, 흑이 D1에 못 들어온다. 결국 패리티는 백이 주도하게 되고 승리를 이끌게 되는데, 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53 ~ 60수

그림1-13 = 그림1-12 + ●A1A8C8B1H8G7H1G2H2○: 57-59수 백 패스

백52수로 A1에 들어가자 상대의 대응은 A8이었고, 결국 B1이나 C8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시간이 없어서 그냥 C8을 찍었더니, 상변과 B열을 흑에게 내주는 오류를 범했다. 그러고 나서 양대각선이 흑돌로 잠겨서 패스를 두 번 내주고, 결국은 24:40으로 패배하였다.

대국 당시에는 단순히 진흙탕 싸움마냥 흘러간 것이라 생각했지만 1라운드 직후 복기를 해보니 백50수가 치명적인 실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첫 판부터 시간에 쫓기는 건 원치 않았던지라 아침부터 심장이 조여왔지만 이내 심호흡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잠시 후 2라운드가 찾아왔다.

2부 읽기: no-kung.tistory.com/41

3부 읽기: no-kung.tistory.com/43
4부 읽기: no-kung.tistory.com/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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